공민왕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걸려 있는 낙동강 영호루를 제 자리로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안동지역 사회에서 일고 있다. 원래 고려시대에 세워진 영호루는 경남 밀양의 영남루, 진주 촉석루, 전북 남원의 광한루와 함께 한강 이남 대표적 누각으로 꼽힌다.
안동시 정하동의 영호루는 원래 강 건너편 낙동철교 인근에 있었으나 홍수 등으로 수 차례 유실과 중수를 반복하다가 1970년 현재의 충혼탑 인근에 철근콘크리트로 새로 지어졌다.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팔각지붕으로 북쪽 처마 밑에는 공민왕의 친필 현판이, 남쪽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인 ‘영호루’현판이 걸려 있다.
내부에는 안동부사로 있던 김학순이 1820년 영호루를 중수하면서 쓴 ‘낙동상류 영남명류’라는 현판을 비롯 시판 12점, 제영1점, 현판 2점과 함께 천여 년 동안 전통의 ‘웅부안동
(雄府安東)과 함께 하면서 정신문화를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누각이 원래 위치가 아닌데다 도시개발에 따른 도로 확장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안동시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밤이면 비행청소년들의 아지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황모(70)씨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10년 동안 이 곳 복주(옛 안동)로 피난 와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주 영호루를 찾아 강물에 배를 띄우고 백사장에서 활 쏘기와 씨름 경기 등을 했다고 한다”며 “난리가 평정되고 개경으로 복귀해 복주를 대도호부로 승격시키고 친필로 ‘영호루’금자 현판을 내려 보낸 유서 깊은 누각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어불성설로, 하루빨리 원래 자리로 옮기고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전통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고 배우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영호루를 낙동강 철교 밑 제자리에 옮겨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것은 듣고 있다”며 “당장 예산이 부족해 이전이 어렵지만 도청 이전에 맞춰 관련부서와 협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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