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수들의 외곽슛, 외국인 선수들의 덩크슛. 매년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다. 테크니션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화려한 개인기는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다. KBL(한국농구연맹)은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올스타전에서 팬들과 호흡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상품’인 경기 내용은 흥미를 자아내지 못했다.
올해 역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시니어 팀이 주니어 팀을 107-102로 꺾었다. ‘형님’과 ‘아우’의 치열한 대결을 기대했지만 4쿼터 중반 일찌감치 시니어 팀이 크게 앞서 긴장감도 떨어졌다. 이날 총 관중은 9,347명. 역대 20번 열린 올스타전 가운데 10번째로 많은 관중이지만 2011년을 마지막으로 5년째 1만 관중을 넘지 못했다.
경기 내용도 그렇지만 이번 올스타전은 개최 시기에 아쉬움이 있었다. 보통 정규시즌(총 6라운드) 반환점이 돈 3,4라운드 직후 올스타 휴식기를 가졌지만 올해는 순위 싸움이 절정에 달하는 5라운드 도중 올스타전을 진행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시기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며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 한창 집중해야 할 때인데 선수들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기는 지난 시즌(1월11일)과 별반 다르지 않고 대개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늦지는 않다. 하지만 올 시즌은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 시작했기 때문에 올스타전이 상대적으로 늦은 셈이 됐다. KBL 관계자는 “신인들이 예년과 달리 10월26일 드래프트 이후 뛰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의 활약도를 지켜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5라운드 일정에 올스타전이 펼쳐진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올스타전을 꼭 진행했어야 했을까 라는 시선도 있었다.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만큼 단순히 보여주는 경기보다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에 올스타 투표로 뽑힌 선수들이 사회봉사활동을 했었더라면 더욱 의미가 컸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프로농구는 이번 시즌 큰 위기를 겪었다. 개막 전 전창진 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승부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일부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간판 김선형(서울 SK)과 오세근(안양 KGC인삼공사)이 포함돼 충격은 더했다. 이들은 도박 액수가 적고 프로 데뷔 전 대학 시절에 했던 것을 감안해 검찰로부터 기소 유예 처분을 받고 KBL의 20경기 출전 정지 징계 후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징계를 받은 선수 중 김선형, 오세근은 팬 투표로 시니어 팀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때문에 이들과 농구계가 올스타전을 계기로 자성하는 모습을 더욱 부각시켰다면 팬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올스타전에서는 김선형이 3년 연속 MVP에 올랐다. 역대 최초 기록이다.
잠실=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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