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연출을 맡은 신원호 tvN PD. 그는 최근 tvN 홍보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용건은 이랬다. “스포일러(줄거리를 미리 밝히는 것)를 막아달라. 기자들에게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전달해달라.”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한 이후 좀처럼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았던 신 PD였던 만큼 전화를 받은 홍보 관계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관계자는 “오죽하면 연출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호소를 했겠냐”며 “스포일러에 대한 제작진의 고충이 그만큼 심각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종영까지 단 2회분을 남겨 놓은 화제작 ‘응답하라 1988’이 막판까지 스포일러 전쟁에 한창인 모습이다. 배우들에게 촬영 현장에서 대본을 전달할 뿐 아니라 외부인들의 시선이 많은 야외 촬영을 삼가는 대신 최소 인원만 참여해 비밀리에 세트장 촬영을 하는 등 나름의 ‘스포 방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마지막 회에 여주인공의 남편을 밝히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성 상 시청자들 사이에선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일 여주인공 덕선과 쌍문고 4인방의 미래 모습 등 1994년으로 시간을 뛰어넘은 17화의 주요 내용이 방송 전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제작진의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스튜어디스가 된 덕선과 공군사관생도를 선택한 정환(류준열), 미국 유학 길에 오른 미옥(이민지) 등 방송 내용을 추측하던 기사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급기야 tvN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되지 않은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에 대해 법적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드라마를 통해 공개될 이야기들이 미리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 드린다”는 말로 스포일러에 대한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스포일러가 포함된 기사에 대한 실제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법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들은 ‘응답하라 1988’ 제작진마저도 “스포일러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가 어려운 만큼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tvN 관계자는 “(법적 제재 주장에는) 보안 유지에 끝까지 신경을 쓰겠다는 제작진의 결의가 담겨있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끔 내용 유출이 없도록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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