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도발적일 수 있지만, 이렇게 허두를 떼 본다. 자서전은 픽션이라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있어 완벽히 객관적인 진실은 없는 거라고. 이런 판단의 기저에는 기억 자체가 사실을 기반한 허구와 환성의 복합체라는 생각이 담겨있다. 재미있게 읽은 자서전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소설가 나보코프의 ‘말하라, 기억이여’와 화가 달리의 자서전. 전자는 기억과 사실, 환상과 꿈을 자유자재로 뒤섞은 세밀한 구성이 일품이었고 후자는 고작 38살에 일생을 돌이키고는 이후엔 글에 쓴 그대로 살겠다고 공언한 달리 특유의 허풍이 호방했었다. 둘 다 건조한 사실 기록보다 작가의 상상력과 개성적인 문장력이 도드라졌다. 이 나라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경우 유령작가의 대필 작품이 대다수라 읽어본 게 없다. 문학이나 예술 분야는 좀 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전기가 경계해야 할 점은 사실 왜곡과 자의적 과장이다. 허나, 더 중요한 건 사실 자체의 액면 보다 그것을 현시점에서 바라보고 반추하는 자기반성의 진실성이다. 기억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수시로 요동치며 변화한다. 그 변화하는 기억의 색채와 파동을 어떤 방식으로 현재에 투과시켜 삶의 실질을 제고하느냐 하는 것. 자서전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 글이다. 별 볼일 없는 삶이지만, 나도 써 봄직한 나이가 됐다고 본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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