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금융거래 악용해 공시 없이 지분 매집한 혐의
지난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매집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12월7일자 9면)을 조사 중인 금융당국이 엘리엇이 편법으로 주식을 대량 취득하면서 공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제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엘리엇이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를 활용해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 취득한 사실을 확인했다. 총수익스와프는 판매기관(증권사)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계약자는 주가 변동에 따라 수익(손실)을 얻는 구조의 상품이다. 금감원 조사 결과 외국계 증권사 여러 곳과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은 엘리엇은 지난해 6월4일 ‘5% 룰’ 이행, 즉 삼성물산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는 시점에서 스와프 계약을 해지하고 증권사 보유 지분을 대거 넘겨받았다. 당국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던 엘리엇이 스와프 계약을 통해 사실상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놓고 유리한 시점에 주식 명의를 바꿔 넘겨받는 일종의 불법 파킹거래(증권 매입 및 결제시점 조작)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엘리엇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무게를 싣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나면 제재안을 마련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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