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도주 때 13년 버틴 고향서 6개월 만에 생포
"매수된 육군 대신 해병대·미국이 수사해 조기 검거"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7)이 교도소에서 땅굴을 뚫고 탈옥한 지 6개월 만인 8일(현지시간) 고향이자 조직의 근거지인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 주의 로스모치스에서 생포됐다.
2001년 처음 탈옥했을 때는 13년 동안이나 도주 행각을 이어온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손쉽게 잡힌 셈이다.
구스만은 첫 탈옥 이후에도 시날로아에서 지역 정부와 주민의 비호 아래 당당하게 도주 생활을 했다.
지난해 7월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탈옥했을 때 구스만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그가 다른 나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스만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비행기에 앉아 조종사와 대화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여유롭게 앉아 맥주를 즐기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돌았다.
언론에서는 그가 마약 거래로 축적한 막대한 자금의 힘을 빌려 세계 각지에 조직을 갖추고 우호 세력을 거느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경비행기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는 북중미 국가들로 날아갔을 것이라는 설, 유럽이나 호주, 미국에 있는 조직원들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수사 당국은 구스만이 이번에도 근거지인 시날로아 일대에 은신했을 것이라고 봤고 그 추측은 적중했다.
이는 구스만의 조직에 잠입해 활동했던 전직 미국 마약단속국(DEA) 요원 덕분이었다.
멕시코 해병대는 최근 몇 달 동안 시날로아 지역에서 여러 차례 기습 작전을 벌여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시날로아와 인접한 두랑고의 산악 지역에서 구스만의 은신처를 확인하고 급습했지만, 총격전 끝에 놓치기도 했다.
이번에는 검거 작전은 로스모치스의 한 가옥에 무장한 사람들이 있다는 주민의 신고에서 시작됐다.
당국은 조직원들과의 총격전 끝에 구스만을 생포하면서 조직원 6명을 검거하고 무기를 압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구스만의 고향이자 근거지에서 그가 숨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데 6개월이 걸린 셈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구스만 검거가 비교적 빨리 이뤄진 것은 수색을 맡은 멕시코 해병대와 미국의 역할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수색을 맡았던 멕시코 육군은 일일이 정부 당국에 진행 상황을 보고했고, 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구스만의 조직에 정보를 흘려줬다는 것이다.
구스만이 2014년 2월 태평양 연안의 별장에서 호위대도, 별다른 대응도 없이 순순히 검거되고, 보안 수준이 높은 교도소에서 땅굴을 뚫고 유유히 탈출한 것은 사법 당국 등 정부 고위층 매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는 도주 기간에도 고향의 주지사에게 뇌물을 주는 등 버젓이 활동한다는 소식이 공공연히 전해졌고, 교도소에서도 생일날 정력제와 매춘부를 불러들여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구스만 검거 작전에는 미국 국토안보부와 DEA도 깊이 관여했으며, 콜롬비아 등 중남미 각국의 수사기관과 인터폴도 가세했다.
DEA는 구스만에게 현상금 500만 달러(약 60억원), 멕시코 연방검찰은 380만 달러(약 45억6천만원)를 각각 내걸었다.
멕시코 군경은 1만여 명이 넘는 인력을 검거 작전에 동원했으며, 구스만의 탈옥을 도운 핵심 인물 6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을 체포했다.
이날 체포된 구스만은 해병대 헬기를 타고 6개월 전 탈옥했던 알티플라노 교도소로 되돌아갔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