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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0년 ‘태평로 시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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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0년 ‘태평로 시대’ 저물어 간다

입력
2016.0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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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대로(옛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본관 사옥 전경.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울 세종대로(옛 태평로)에 있는 삼성생명 본관 사옥 전경.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삼성생명이 서울 세종대로(옛 태평로) 본관 사옥을 부영그룹에 매각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서초사옥으로 잇따라 사무실을 옮길 전망이어서, 삼성의 ‘태평로 시대’가 곧 저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8일 ㈜부영과 본관 사옥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금액은 5,000억원대 후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올 3분기까지 대금 지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생명이 곧 서초사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사옥에 입주해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전하는 데다, 삼성전자도 모든 부서가 수원 사업장으로 옮길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삼성생명 본사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생명과 같이 서초사옥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생명 사옥 옆 삼성본관에 입주한 삼성증권도 함께 서초사옥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본관 역시 삼성생명이 소유하고 있다. 아울러 인근 을지로에 사무실이 있는 삼성화재도 서초사옥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사실상 삼성의 ‘태평로 시대’ 마무리가 시작된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본관에 있는 삼성카드의 경우 매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서초사옥 이전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8일 공시했으며 서초사옥 이전 여부도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1984년 준공된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은 지하 5층, 지상 25층에 연면적 8만7,646㎡ 규모다. 건물 모양을 직사각이 아닌 타원으로 디자인했고, 벽면에는 붉은 대리석을 붙인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 지방 사옥들도 본사 건물의 디자인을 본 따 지어졌다.

상징적 의미도 큰 건물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삼성그룹 본관과 더불어 지난 30년 동안 강북의 삼성타운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본관에 입주해 있던 삼성전자가 2009년 서초동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삼성을 대표하는 건물로서의 위상은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가 떠난 자리를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이 차지하고, 2011년에는 여의도에 있던 삼성자산운용까지 삼성생명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태평로는 삼성의 금융타운으로 거듭났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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