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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가능성 보여준 효녀연합…용기 있는 미소 시위에 국민들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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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 가능성 보여준 효녀연합…용기 있는 미소 시위에 국민들 화답

입력
2016.01.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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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앞 ‘애국이란…’ 피켓

발랄한 저항으로 SNS서 울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행동에

“전쟁의 상처 때문에 아픈 분들

심하게 욕하진 않았으면…”

효자연합 누나연합 아빠연합까지

평화시위 네크워크 속속 이어져

사회활동가이자 행위예술가인 홍승희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더 이상 일본에 책임을 묻지 말라"고 주장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팻말을 들고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활동가이자 행위예술가인 홍승희씨가 6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더 이상 일본에 책임을 묻지 말라"고 주장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팻말을 들고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상식을 이야기하는 시위는 웃으면서 하면 돼요. 재미있고 의미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의 문턱을 낮추는 실천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하얀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은 채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던 행위예술가 홍승희(26)씨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것은 지난 6일. 홍씨는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소속 활동가들과 지난달 타결된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시하기 위해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일협상무효 수요예술행동에 참가했다. “더 이상 일본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며 이들 앞에 나타난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향해 홍씨가 지어 보인 미소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굳은 표정과 대비됐다.

효녀연합 홍승희씨.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효녀연합 홍승희씨.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신세대들의 발랄한 저항이 시위의 또 다른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홍씨가 시위 직후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페이스북에 개설한 ‘대한민국효녀연합’ 페이지는 ‘좋아요’ 버튼이 이틀 만에 1만개 넘게 눌렸다. 젊은 층은 물론 나이 지긋한 시민까지 “비록 50대지만 효녀니까 가입하고 싶다”며 성원하고 있다. 엄마부대, 어버이연합에 대한 풍자를 담아 이름지은 단체이기는 하나 유머가 있고 온화한 시위방식에 막말에 지친 시민들이 열띠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홍씨는 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고통을 겪었던 분들을 기린 소녀상 앞에서는 당연히 평화롭게 시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보편적 상식’을 강조했다. 홍씨와 활동가들은 “너희들이 일제 시대를 알아, 6ㆍ25를 알아?”라며 험한 말을 내뱉었던 어버이연합 회원들 앞에서도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문구를 내보였을 뿐이다.

홍씨는 효녀연합이 열렬한 지지를 받은 데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일간베스트 사이트 등에서 서로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정치ㆍ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방식에 대해 특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며 “인간다운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상식적인 메시지 내용이 울림을 준 것 같다”고 풀이했다. 홍씨는“어버이연합 분들도 전쟁의 상처 때문에 마음이 아픈 분들”이라며 “이들의 상처에는 치료가 필요한 데 오히려 정권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효녀연합 홍승희씨.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효녀연합 홍승희씨.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홍씨와 효녀연합의 활동은 효자연합, 누나연합, 아빠연합 등 비슷한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효녀연합에 이어 7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효자연합’ 페이지를 개설한 광주중앙고 3학년 이한수(19)군은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운동에서 활동하던 친구들과 함께 “소녀상 앞에서 일장기를 찢는 것보다는 풍물 연주나 피케팅과 같은 퍼포먼스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내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효녀연합도 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최되는 한일 위안부합의 무효선언 국민대회에 꽃을 한 송이씩 들고 만날 것을 제안하는 등 또 다른 방식의 시위방식을 고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념, 세대, 지역 등 여러 갈등이 고질화 돼 있는 한국 사회에서 홍씨의 ‘미소’가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 데에 여론이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데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거나 서로 멱살을 잡게 되는 갈등 양상에 피로감과 답답함을 느껴 왔다”면서 “효녀연합의 행동은 갈등의 확대재생산 대신 이해와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용기 있고 신선한 갈등해결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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