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맞대응 조치로 우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8일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32번째 생일이었다.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맞불 방송을 시작하긴 했으나 김정은 생일과 관련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올해도 김정은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연초에 발간한 북한 달력에도 이날은 공휴일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닌 여느 평일과 마찬가지로 검은색으로 표기돼 있다. 북한 내부에서 치러지는 공식 경축 행사도 없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에서도 전혀 내용을 찾아 볼 수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김정은의 생일을 공표하지 않는 상황이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특이동향 없이 넘어간 듯 하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은 광명성절, 김일성 주석의 생일(4월 15일)을 태양절 등 국경일로 지정해 이틀 동안 휴무에 들어가는 등 민족 최대 명절로 치르고 있다. 한달 전부터 경축행사를 준비하고 생일 당일엔 북한 전역에서 축하 분위기가 넘쳐나는 것과 대비된다.
다만 이날 휴전선 부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데 대해 북한 군은 최전방 부대 병력을 증강시키는 등 대남 감시 및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맞불 성격으로 대남방송을 시작하긴 했으나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 들으라고 하는 방송이라기 보다는 북한 군인들이 대북 방송을 듣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방어 개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직은 방어적 성격의 대응만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 당국과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의 소극적 대응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내용을 쏟아내고 체제 불안을 야기하는 대북 확성기 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군 당국이 지난해 8월 지뢰 도발에 대한 대응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을 당시 북한은 방송 재개 후 10일만에 확성기 주변 지역을 폭격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로 미뤄 북한은 일단 이번 확성기 방송 재개가 8ㆍ25 합의 위반이라며 중단을 요구하는 공세를 펼친 뒤 국지 도발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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