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궁지에 몰렸다. 사실상 북한의 생명 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더욱 옥 죄야 한다는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략적 가치가 큰 북한을 버리고 한미일의 편에 설 수도 없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중국은 결국 북핵 문제의 근원엔 미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반박하며 다시 각국의 냉정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미중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북핵 중국책임론을 주도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7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측을 압박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이 있었고, 우리는 그 동안 이를 존중해 왔다”며 “그러나 오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미 언론에 말했다. 사실상 중국도 한미일과 함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미 유력지인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중국은 무역 거래 중단을 비롯 김정은 정권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세계 리더가 되겠다는 열망을 가진 중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거들었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도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이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곤혹스런 모양새다. 그러나 떠밀리진 않겠다는 태도다. 왕 부장은 케리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그 어떤 행동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국가들도 냉정하게 행동, 모순을 격화하고 긴장 국면을 끌어올릴 수 있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상황에도 막론하고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위해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나아가 북핵 중국책임론을 적극 반박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 문제의 원인과 난점은 중국에 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관건도 중국에 있지 않다”고 강조, 사실상 미국으로 화살을 돌렸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나라”라며 “어찌됐건 동북아의 평화안정과 중국 자신의 양호한 주변 환경을 지킬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미국책임론’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책임론은 생억지”라며 “북핵 문제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냉전 체제가 마지막으로 잔존해 있는 한반도에 대해 미국은 마땅히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도 “중국책임론은 대국이 소국을 관할해야 한다는 제국주의 사상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기류의 변화는 중국이 북한을 고사시킬 만한 제재엔 절대 나서진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실제로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중국대사는 7일 워싱턴에서 “현재의 목표는 북한을 고립시키거나 억제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각방과 함께 한반도의 비핵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국제 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뛰어 넘는 대북 독자 제재까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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