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동양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회화를 선보여온 손동현(36)이 8일 제15회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했다.
손동현은 대상 후보 작가 4인이 참여하는 송은미술대상전에서 동양화를 그릴 때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원칙인 ‘육법(六法)’을 각각 무공을 쓰는 협객으로 재해석한 ‘육협’을 선보였다. 육법은 중국 남북조 시대 남제의 서예가 사혁(謝赫)이 지은 ‘고화품록(古畵品錄)’의 서문에 나오는 여섯 가지 원칙으로 송대 이후 문인화론의 기초가 됐다.
손동현은 육법 중 살아 움직이는 대상을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마스터 스피릿’이라는 인물로 표현했다. 마찬가지로 골격을 적절한 필치와 선으로 표현하라는 ‘골법용필(骨法用筆)’은 ‘마스터 본 메소드’로, 대상의 실제 모양을 그대로 그리라는 ‘응물상형(應物象形)’은 ‘마스터 코레스폰던스’로, 사물의 종류에 따라 정확한 색을 칠하라는 ‘수류부채(隨類賦彩)’는 ‘마스터 수터빌리티’로, 화면의 구도를 적절히 설정해야 한다는 ‘경영위치(經營位置)’는 ‘마스터 플래닝’으로 변신했다. 마지막 한 원칙은 옛 그림을 따라 새 그림을 그리라는 ‘전이모사(傳移模寫)’인데, 이는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손동현의 작업 스타일 그 자체와 일치한다.
과거에도 손동현은 회화를 통해 동양화 속 요소나 원리를 현대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한 그림을 그려왔다. 지난해 6월 서울 신사동 갤러리2에서 연 개인전에서는 매화, 서예, 산수화를 의인화한 세 인물을 소개했다. 이보다 앞선 2014년 방배동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개인전을 열 때는 ‘일월오봉도’등 한국의 전통 회화에 나타난 소나무의 이미지를 인물로 표현한 작품을 공개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ragon)과 협업한 전시 ‘피스마이너스원’에서는 북미 힙합 음악가들을 소개한 ‘힙합연대기’를 그리기도 했다.
손동현은 “지난해 새로운 연작을 시도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아 기쁘다”며 “앞으로는 지금까지 하던 것보다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상 수상자 손동현은 상금 2,000만원과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 기회를 얻는다. 손동현과 우수상을 수상한 박보나, 박준범, 이재이의 작품이 전시된 제15회 송은미술대상전은 1월 30일까지 열린다. (02)3448-01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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