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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좌천... 사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검사의 씁쓸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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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좌천... 사표,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검사의 씁쓸한 퇴장

입력
2016.01.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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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북한과 주장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개인과 단체 모두를 종북으로 지목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공박을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의 이런 사고는 안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수사나 재판의 결과 없이 무차별적으로 종북딱지를 붙인 신종 매카시즘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첫 재판이 열린 2013년 8월 2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02호에선 검사의 모두발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매카시즘이라는 단어를 공안검사 입에서 듣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정권의 정통성이 달린 문제에 검찰이 제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일조한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 부팀장 박형철 부장검사였다. 그가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장검사가 사의를 밝힌 것은 대전고검에서 부산고검으로 인사발령 조치가 있은 지 하루 만이다. 국정원 사건을 맡기 전까지 박 부장검사는 대검 공안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지낸 선거법 전문가였다. 하지만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을 필두로 검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에 맞서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ㆍ압수수색 하고, 원 전 원장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한 후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받았다. 2년간 고검검사로 있다가 또 고검검사로 발령 나, 3년째 좌천인사가 이어지자 더 버티지 못한 것이다. 고검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어 한직으로 분류된다.

박 부장검사의 사의 표명으로 당장 원 전 원장의 재판 공소유지가 난관에 봉착했다. 윤석열 팀장이 업무에서 배제된 후 ‘유배’와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 공소유지는 박 부장검사의 몫이었다. 1심과 2심,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2년 반 가까이 이어지는 재판을 박 부장검사는 최근까지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당시 팀원들과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국정원 심리전단의 조직적 선거개입 혐의를 두고 ‘손자병법’ 내용에 빗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탄력적 용병술 아니냐”며 편향적 발언을 하자 법정을 박차고 나가면서까지 항의했던 것도 박 부장검사였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공안검사는 ‘국정원 특별수사팀에 있었다면 어떻게 처리했겠냐’는 질문에 “(국정원과 여권 간에 선거개입 대가로) 돈이 오간 것이 나왔으면 몰라도,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편향적인 댓글과 트윗글이라는 증거들 가지고는 공직선거법 적용을 관철하기 위해 검찰 지휘부와 국정원에 맞서지는 않았을 거란 의미였다.

그 말을 떠올려보면, 박 부장 등에게 사건이 맡겨지지 않았다면 검찰은 한번 싸워보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런 박 부장이 내몰려 검찰을 떠난다니, 검찰이 국민에게서 더욱 멀어지는 것임을 일선 검사들은 알고 있을까.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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