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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 가 보니… “무슨 전쟁이나 난 거요? 이렇게 요란들 떨게”

입력
2016.01.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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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도발 대응책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8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경기 연천군 중면사무소 지하에 있는 대피소를 점검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북한 핵실험 도발 대응책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시작된 8일 경찰 등 관계자들이 경기 연천군 중면사무소 지하에 있는 대피소를 점검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무슨 전쟁이나 난 거요? 이렇게 요란들 떨게.”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 군(軍)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한 8일 오후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경로당에서 만난 주민 김모(71)씨는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주민들은 별 동요 없이 생업에 나서고 있는데, 되레 언론에서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삼곶리에는 일본 아사히TV 등 내외신 기자 20여명이 찾아 취재 경쟁을 벌였다.

주민들은 대북방송 재개에 대해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밭일에 나선 정모(58ㆍ여)씨는 “핵을 만들어 쏘려는 북한을 가만 둘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정부를 두둔했다. 박모(63)씨는 “확성기에다 김정은이 사진을 붙여 공격을 못하게 하는 등 겁을 바짝 줘야 한다”는 말도 했다.

대북방송과 달리 탈북자단체가 예고한 전단 살포에 대해선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있었다. 북한을 먼저 자극, 군사적 충돌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김용섭(56) 중면사무소 면장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대북전단 살포는 주민 대부분이 싫어한다”며 “안보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소득원 감소도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면사무소가 있는 삼곶리는 2014년 10월11일 북한군이 대북전단을 향해 쏜 고사총탄이 떨어지는 등 남방한계선과 직선거리로 3~4km 밖에 떨어지지는 않은 곳으로 70여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현재도 면사무소 앞마당 한 켠에는 당시 흔적이 보존돼 고스란히 남아있다.

삼곶리보다 북한과 더 가까운 민간인출입통제구역(민통선) 내 중면 횡산리 주민 40여명 역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신분증만 있으면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날 군 부대에서 통행을 전면 통제해 다소 긴장감은 돌았으나 주민들의 생활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은금홍(66) 횡산리 이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과거 새벽 시간대에 대북방송이 가끔 들리곤 했는데 오늘은 바람이 거세 전혀 들을 수 없었다”며 “심적으로 대비는 하고 있지만, 군에서도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고 웃었다.

국내에서 유일한 비무장지대(DMZ) 내 마을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들의 일상도 평온했다. 김동구 이장은 “TV를 보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것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천군과 파주시 등 접경지역 시ㆍ군 등은 북한의 국지도발 위기대응 계획을 만드는 등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연천군은 경찰 등과 함께 중면사무소와 황산리 등지에 있는 지하대피소(120여㎡)에 보온용품과 생수 등을 비치했고 파주시는 오전 9시부터 군부대의 요청에 따라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등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이북지역 안보관광을 중단했다. 이 지역 안보관광객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 6일 900여 명에서 이튿날인 7일에는 800여 명으로, 100명 가량 줄었다.

반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개성공단 출·입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 개성공단 출·입경은 이날 오전 9시 북쪽으로의 첫 출경을 시작으로 원활하게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7일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대북방송이 재개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철원, 화천, 양구 등 강원 접경지역 주민들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리 정부와 군을 믿는다면서도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8일부터 철원 월정리역 두루미관, 제2땅굴, 평화전망대, 을지전당대 등 민통선 내 안보관광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중부전선 최전방 철원군과 화천군은 이날 오전 대피소 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주민들에게 상황이 긴박해지면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원지방경찰청도 탈북자 시설인 하나원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휴전선과 인접한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8월 북한의 포격사건과 같은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를 숨기지 못했다.

철원군 마현리 주민 김모(59)씨는 “북한의 도발로 엄동설한에 주민들이 대피소에 모여 한뎃잠을 자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고 걱정스런 반응을 보였다. 화천읍 주민 함흥근(63)씨는 “남북관계가 냉각되면 접경지역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고 군 장병 외출ㆍ외박이 중단돼 상인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게 된다”며 “빨리 좋은 방향으로 사태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겨울 대표축제인 화천 산천어축제는 9일부터 예정대로 치르기로 했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군 장병 자원봉사 축소, 관광객 감소 등 차질이 우려된다.

연천=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철원=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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