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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철학자의 인생처방전 "철학자 목소리 들어보세요"

입력
2016.01.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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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씨는 “삶은 결코 쉽지 않으나, 인류의 역사에는 훌륭한 조언을 던져주는 현자들이 가득하다”고 강조한다. 어크로스 제공
안광복씨는 “삶은 결코 쉽지 않으나, 인류의 역사에는 훌륭한 조언을 던져주는 현자들이 가득하다”고 강조한다. 어크로스 제공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어크로스 발행ㆍ300쪽ㆍ1만4,000원

“결국 우리네 삶은 유한하기에 더욱 귀중하고 가치 있다. 철학자들이 죽음을 만병통치약처럼 삶의 시약(試藥)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내’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라.”(83쪽)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은 생의 난제에 철학적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철학박사로 현직 고교 철학교사이자 10여권의 책을 써 온 안광복씨다.

“불안과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신참 교사 시절이나, 일상적 인상이 권태로워질 때 가장 먼저 펼쳐 든 건 철학서였다”는 그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갈피를 잡아 왔다. 책은 2006년부터 다양한 매체에 써온 원고를 추려 엮었다. 총 4개 장에서 철학자들의 인생론을 통해 인생, 행복, 관계, 사회에 대한 고민에 답했다.

저자는 열등감, 두려움 등으로 혼란에 빠진 이들에게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출신의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격언을 비롯해 니체, 칸트, 에라스무스, 소크라테스, 키케로 등의 인생론을 전한다. 프랭클은 ‘이왕 긴장할 바에야 의도적으로 심하게 떨어보자’는 식으로 생각하는 역설적 의도 등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극복했다. 고민으로 사색이 된 환자들에게는 “왜 자살하지 않으시죠?”라고 묻곤 했다는 그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거울 속의 내 모습”에 만 시선을 파묻지 말라고 조언한다.

행복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처방은 에픽테토스, 라캉, 플라톤, 마르쿠제 등의 저작이다. “욕망도 연습해야 는다”(라캉) “모든 것은 두 번 창조된다. 한 번은 마음속에서. 또 한번은 실제로”(코비) “삶의 전반기가 빛을 좇아가는 과정이었다면 후반기는 내 안의 그림자를 보듬는 시기여야 한다”(융) 등의 문장 앞에서 자주 눈이 멈춘다. 특히 일차원적 생각에서 벗어나라는 마르쿠제를 인용하는 대목은 조언보다 일침에 가깝다.

“주인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해서, 노예가 아닌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고를 수 있어도, 생활의 고통과 생존의 공포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170쪽)

스스로를 ‘임상(臨床) 철학자’ 혹은 ‘생계형 철학자’로 규정한 저자는 이 책을 “숨가쁜 일상으로 책 읽기 조차 버거운 이들이 길거리 음식으로 허기를 메우듯 볼 수 있는 책”으로 규정했다. 깊은 철학 탐독을 원하는 이들이 택할 경우 실망할 공산이 크나 여러 명제를 적재적소에서 활용하고 쉽게 풀어낸 것은 장점이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 마다 한 장씩 비상약으로 꺼내 읽어도 좋겠다. “시련의 이유를 알 때 고통은 참을 만해진다”는 주문이 꽤 효과적이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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