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어떤 시인의 시에서 따왔다. 그의 첫 시집에 수록돼 있다. 누가 될까봐 실명은 안 밝히겠다. 그는 대학 선배다. 내가 스물, 그가 스물다섯 때 처음 만났다. 25년 전.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산다.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다. 닮아서 한때 어울렸을 것이나, 또 많이 달라서 멀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지난 봄쯤, 술자리에서 그와 다툰 적 있다. 그는 날 어린애 취급했고, 나는 그에게 막말을 했다. 그나 나나 삶에 지쳐있었고, 그나 나나 서로가 밉기도 무서웠기도 했던 것 같다. 자존심 때문은 아니고, 피차 외롭고 슬퍼서 그랬던 거라고 혼자 자위했다. 얼마 후 내가 어쭙잖게 무슨 상을 받게 되었는데, 시상식 술자리에 그가 늦게 나타났다. 보자마자 서로 미안하다며 포옹을 했다. 그때 문득 그가 쓴 옛날 시가 생각났다. 서로 두드리는 잔등이 너무 무거워 외려 공허하고 가냘프다고 느꼈던 걸까. 내가 아는 나비는 현세 너머에서 날아온 어떤 기별에 가깝다. 그 가볍고 비현실적인 존재감이 때로 삶을 너무 분명하게 직시하게 해서 슬플 때가 있다. 청춘 때 만나 중년이 돼버린 그나 나나 삶은 여전히 냉혹한 미혹의 연속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혼자 있는 작은 방이 온통 나비 천지다. 그게 혼란스러우면서도 싫지만은 않다. 미안해 형. 사사로운 사연을 들춰냈다고 불쾌해하진 말았으면 좋겠어.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