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흥행 돌풍은 2016년 벽두에도 거세다. 개봉 20여일 만에 배급사 월트디즈니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7억5,820만 달러(약 9,098억원ㆍ6일 기준)의 티켓 판매 매출을 올려 기존 북미시장 흥행 1위였던 영화 ‘아바타’의 수익(7억6,050만 달러)을 사실상 제쳤다. 2015년 할리우드는 10년 만에 돌아온 블록버스터‘스타워즈’와 더불어 역시 시리즈 물인‘007스펙터’,‘에이지 오브 울트론’, ‘쥬라기 월드’등이 가세해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111억 달러(미 국내시장 박스오피스 집계)의 티켓판매 실적을 거뒀다. 사실상 지난해 할리우드를 이끌었던 키워드가 ‘시리즈물’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워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2016년 할리우드는 ‘영웅물’과 ‘리메이크’의 트렌드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트디즈니가 올해에도 연말 ‘스타워즈’시리즈를 이어갈 것이라 공표한 만큼 작년과 마찬가지로 시리즈물의 두각이 예상되지만, 믿고 보는 과거 히어로(베트맨, 슈퍼맨 등)들과 신참 영웅(데드풀), 그리고 흥행 보증수표와 다를 바 없는 대작의 부활(정글북, 엑스맨, 인디펜던스 데이, 고스트바스터 등)이 잇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영웅물과 리메이크의 한 해
5일 영 일간 인디펜던트가 꼽은 ‘2016년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들’에 따르면 2월 중순 개봉 예정인 20세기폭스사의 ‘데드풀(Deadpool)’이 영웅물 러시의 스타트를 끊는다. 엑스맨과 어벤져스 등 영웅물 캐릭터의 산실 마블(Marvel)의 ‘영웅’가운데 한번도 영화화되지 않았던 ‘데드풀’은 심각하고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슈퍼맨 류(類)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영화 팬들 앞에 처음으로 등장했던 영웅 캐릭터인 ‘앤트맨(Antman)’보다 재미있고 코믹하며 화장실 유머를 잘 구사하는 친근한 영웅이다”라고 평했다.
3월 중순 개봉을 준비중인 ‘베트맨 vs 슈퍼맨: 정의의 시작(Batman vs Superman: Dawn of Justice)은 스크린 속에서 절대 만날 것 같지 않은 두 영웅 베트맨과 슈퍼맨이 경쟁 캐릭터들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상대적으로 우울하고 사색적인 영웅 캐릭터를 보유해 활기찬 캐릭터 군단을 거느린 마블과 비교되는 DC코믹스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향후 원더우먼, 플래쉬맨 등 다른 ‘영웅’들이 나오는 시리즈물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2016년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또 다른 트렌드는 과거 흥행작들의 리메이크이다. 불경기 영화 팬들의 지갑을 열기에 ‘향수’만큼 확실한 동력은 없기 때문. 6월 말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Independence day: Resurgence)’는 20년 전 윌 스미스, 빌 플만 등이 출연해 전 세계에서 8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거둔 ‘인디펜던스 데이’의 리메이크이다. 1996년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후 ‘투모로우’, ‘2012’등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으로 자리한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이 제작과 감독을 다시 맡았다. 외신들은 “리메이크 작품은 윌 스미스가 빠졌다는 점 하나만 원작과 다르다”고 평했다.
여름방학 성수기인 7월 중순에는 1984년 처음 상영된 영화 ‘고스트바스터즈(Ghostbusters)’의 리메이크, 그리고 SF TV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 제작 3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Star Trek Beyond)’가 관객을 찾아간다. 리메이크 ‘고스트바스터즈’는 유령 사냥꾼들을 여배우들로 바꿨을 뿐 등장하는 무기, 상징 등은 예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1960년 영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도 9월 중 돌아온다. 율 브리너, 스티브 맥퀸, 찰스 브론슨 등 총잡이들은 덴젤 워싱턴, 크리스 프랫, 에단 호크 등이 대신한다.
흥행에도 주가는 떨어져…위기의 할리우드
이처럼 관객에게 익숙한 리메이크와 시리즈물, 그리고 어린이부터 노인층까지 두루 공략할 수 있는 영웅물의 다변화는 사실 공격적인 시장 대응이라 볼 수 없다. 나날이 다양해지는 미디어 환경 탓에 영화시장도 예전 같지 않아 실험적이거나 스토리가 생소한 대작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신들은 할리우드가 스트리밍(Streaming) 동영상 서비스 등 뉴미디어와의 경쟁 탓에 궁지에 몰려 어쩔 수없이 소극적인 작품 선택을 이어간다고 진단한다. 미 연예전문 매체 ‘더랩’은 “할리우드가 지난해 국내시장 111억 달러 흥행 기록에 자만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라며 “아마존이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를 위해 영화 콘텐츠 저작권 구입에 수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음에도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이 게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진단에는 증시도 동감하는 듯하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개봉한 지난 12월 한 달 동안 배급사 월트디즈니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전월 대비 0.12% 떨어졌다.
박스오피스 흥행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수의 영화들이 할리우드 흥행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의 불균형’심화도 할리우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수익 111억 달러 중 22%인 24억7,000만 달러가 스타워즈 등 빅 5에 편중해 있다”라며 “할리우드가 몇몇 성공적인 영화에 기대어 있는 상황인 만큼 전체 영화시장이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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