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거'가 된 박병호(30·미네소타)는 새해에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차분하고, 담담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질문에는 조금은 다른 표정 변화를 보였다.
박병호는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 서울 호텔에서 미네소타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미네소타 입단 후 국내에서 첫 기자회견을 한 그는 많은 취재진 앞에서 여러 질문에 솔직한 답을 내놨다. 평소 그의 스타일대로 진지하게 답을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박병호는 최근 3~4년간 한 악플러의 집요한 '악성 댓글'을 받아왔다. 그에 관한 기사가 올라올 때면 어김없이 가장 먼저 악의가 가득한 댓글을 올리는 이 악플러는 포털 사이트에서 유명 인사가 될 정도였다. 하지만 비난의 수위가 점차 높아졌고, 넥센은 이전부터 이 악플러가 남긴 악성 댓글을 모으는 등 고소까지 검토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직접 그를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며 실제 고소로 나서지는 않고 있었다.
문제는 이 악플러의 행동이 변함없이 몇 년간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이다. 박병호에게도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는 3년 전에도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악플이 달리더라. 말을 하는 것부터가 조심스러워진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병호는 이날 '악플러에 대한 입장이 바뀐 것 같다'는 질문을 받자 "사실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노코멘트를 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예민한 부분이다"며 어색한 웃음을 띠었다. 이어 "정말로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어느 대답보다도 힘을 줘 이야기하는 듯했다. 사실 그는 이전까지 그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조차 꺼려왔다.
박병호는 "직접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함께 찍어 구단 홈페이지 같은 곳에 올리면 본인도 느끼는 게 있지 않겠나. (인터넷에서 비난 댓글로) 유명한 분인데, 주위(악플러의 가족과 친구)에서 '내 가족이었네, 내 친구였네'라고 한다면 어떨까.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 이유 없는 악성 댓글을 쏟아낸 악플러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과 동시에 프로 선수라 치더라도 '상식 밖의' 비난까지 감당해야 했던 박병호의 고충이 전해진 순간이었다.
사진=박병호. /임민환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