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 민간 통로 확대”를 언급했다. 임기 4년 차를 맞아 남북관계 진전을 꾀했던 박 대통령 입장은 하루를 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6일 북한 핵실험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선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며 강경한 주문을 했다. 북한에 대한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는 여건을 감안하면,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도 강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결국 문제를 푸는 길은 대화뿐”이라며 압박 후 대책도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남북교류 중단, 국제사회 제재 강화 등 압박 공세
정부는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를 끌어내는 동시에 남북교류 중단, 대북 군사 억지력 증강,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다양한 압박책을 병행하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면서, 1차적으론 북핵 도발에 대응한 조치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를 해치는 중대한 조치”로 규정하고 “외교적으론 유엔 안보리 제재에 집중하면서 국내에선 민간교류와 대북지원 협력사업 등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에는 취하지 않았던 개성공단 출입 제한 조치에도 돌입했다. 정부는 안보리 제재 결의가 나오는 시점에 맞춰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바로 접은 것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달리 비핵화가 완전 전제조건은 아니었고 도발 대응과 교류 대화 제의를 함께 하자는 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국제사회의 결의를 위반하고 8ㆍ25 남북 당국 합의에도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이긴 하나 완전히 관계를 끊는 수순부터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대화 여지 두고 실효성 있는 제재 필요
정부가 이처럼 제재를 강화하고 대북정책의 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대화 협력의 길은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당장은 북한이 도발을 일으켰기 때문에 징벌적 대응을 해야 하고, 서로 힘을 겨루는 싸움판이 될 것”이라면서도 “6월 이후에는 북한이 하는 것을 봐가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보여주기 식 제재가 아닌 북한의 정치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의 제재는 당이나 군을 배경으로 한 북측 파트너는 전면 차단해 당이나 군의 자금줄을 옥죄어야 한다”면서 “현재 정치구조로 가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줘야 하고, 내각 지방정권이나 개인이든 인민경제를 책임지는 주체들과의 경제협력 제안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가 가능한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의 북한붕괴론 우려를 덜어주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중국은 한국의 북한 흡수통일 이후 주한미군의 한반도 북부 주둔 가능성을 우려해, 북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제재 강화에는 소극적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북한이 아파할 제재에 동참시키려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서 중국에 오해를 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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