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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농협에 팔렸으면…” 카드사 직원들의 바람 왜?

입력
2016.0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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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고 잘릴 염려 적은 직장’ 인식

농협직원들은 “우리도 힘들다” 발끈

“이왕이면 농협으로 팔렸으면 좋겠어요.”

요즘 몇몇 카드사 직원들을 만나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을 심심찮게 듣곤 합니다. 불경기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 등으로 카드업계 경영환경이 어두워지면서 지난 연말부터 시장에선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일부 대기업그룹들이 계열 카드사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침 농협은행이 조만간 카드 부문을 분사한 뒤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거란 관측이 맞물리면서 한 때 카드업계 재편 시나리오가 탄력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농협은행과 해당 카드사들이 즉각 인수ㆍ매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이런 소문은 일단 잦아들었습니다만, 재미있는 건 이 과정에서 드러난 금융권 종사자들이 농협을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 회사가 매각돼 회사를 옮기게 된다면 농협으로 가고 싶다는 겁니다.

왜 하필 농협일까요. 다른 카드사 직원들은 대략 두 가지 이유를 들더군요. 우선 농협에 가면 고용안정성이 보장될 거란 기대입니다. 전국 농어촌에 기반을 둔 농협은 국내 구석구석마다 지점망이 넓어 기본적인 인력 수요가 많은데다, 대대로 강성인 노조 덕분에 구조조정도 쉽지 않을 거란 얘깁니다.

상대적으로 낮을 것 같은 근무강도도 매력으로 꼽혔습니다. 일의 총량은 다른 회사와 비슷하더라도 인력이 많으니 개인당 부담이 적을 테고, 방대한 지역 영업망이 실적 압박도 훨씬 덜어줄 거란 기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 직원은 “한 번 들어가면 정년퇴직 때까지 공무원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정작 농협 직원들은 이런 얘기에 발끈합니다. 밖에서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거죠. 농협 직원들은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분리돼 지주체제로 전환되면서 농협 금융계열사 직원들 역시 다른 금융사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고 말합니다. 인력도 예전처럼 넉넉하지 못하답니다. 실제 농협은행의 지점 수(작년 말 기준 1,169개)는 시중은행 중 가장 지점이 많은 KB국민은행(1,138개)보다는 많지만, 지점당 인원수(평균 11명)는 국민은행(18명)보다 훨씬 적습니다. 매년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인 결과입니다. 한 농협 직원은 “많은 사람들이 농협중앙회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도 힘들다”고 억울해 했습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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