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금융 등 제재 강화
中의 북핵 억제력은 제한적
강도 높은 비만 동참하겠지만
관계 악화로 내몰지는 않을 것”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진짜 이유가 지지부진한 미국과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판단 착오’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앨런 롬버그 스팀슨연구소 석좌 연구위원은 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도발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인 중국이 이번에도 북한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고도의 계산 아래 이뤄졌다”면서도 “미국은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_북한이 4차 핵실험을 통해 얻으려는 게 무엇이라 보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핵실험 의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명이 모두 가능하다. 우선 핵무기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평양 정권이 새로운 시험이 필요한 단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 있다. 평양 정권이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 예전 같지 않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강공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현 시점의 모든 여건을 종합하면 두 가지 이유가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북한 의도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것이었다면, 과거에는 물론 그런 행동이 협상을 촉진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
_4차 핵실험을 계기로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정책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핵실험이 보여주듯 현재의 대북 정책이 북한이 더 위험한 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갖는 걸 막지 못했다는 딜레마는 더욱 확실해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대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금융부문 등에서 대북 제재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_북한은 4차 핵실험에서는 과거와 달리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강력한 반대를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핵실험을 강행한 걸 보면 중국이 취할 대응이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사전에 통보할 경우 중국과 국제사회가 예정된 핵 실험을 중지시키기 위해 취할 압력도 예상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대한 자신들의 독자적 위상을 과시하려는 행보도 읽힌다. 음식과 연료를 중국에 의존하는 있지만 북한의 자주성을 보여주려 했을 수도 있다.”
_북한 핵 활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평가해달라.
“그 동안 중국이 북한에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온 건 명백하다.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막고 핵과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이 일정 수준에서 북한의 핵 활동을 막는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_유엔의 대북 제재과정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나.
“중국이 앞으로 전개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중국은 대북 제재 수준을 과거보다 높이는 데에는 동의할 것이다. 또 북한의 핵 실험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대열에도 참가할 것이다. 그러나 평양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위험에 빠뜨릴 만한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존재와 생존이 중국의 국가적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먼저 평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중국이 그 동안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얼마나 깊은 결의와 다짐을 갖고 임하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_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모두 북한의 느닷없는 핵실험으로 당황한 기색이다. 이들 나라가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나.
“당연히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미 결의한 제재 방안을 확실히 이행하기 위한 노력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어적 성격의 군사적 준비 태세를 강화할 수 있겠지만,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군사 행동은 취하지 않을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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