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언론, 연일 대북 강경론 쏟아내
중동 갈등 이어 자위대 강화 부추겨
북한 핵실험이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군사대국화’ 의욕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지난해 집단자위권법 강행처리로 거센 반발에 부딪쳤지만 북한 정세가 돌변하면서 자위대 역할 강화의 명분을 제공해주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올 여름 참의원선거 이후로 미뤄놓은 자위대 신규 임무부여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아베 총리는 7일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일본의 독자 조치 검토를 포함해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태를 자국의 ‘안전에 대한 중대위협이자 지역 및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을 현저하게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자위대 기능강화 필요성을 부추기는 논조를 일제히 쏟아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미일동맹에 기초한 자위대와 미군 연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작년 가을 통과된 안보법에 따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는 미 군함 방호가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작년에 정비된 집단자위권 한정행사 용인을 축으로 한 새 안보법 논의도 일본의 평화와 안전이란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중동 갈등도 일본의 자위대 무장강화론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도쿄 외교가에선 아베 내각이 국가안전보장국을 중심으로 최악의 중동사태까지 상정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아베 총리는 사우디와 이란에 둘러싸인 호르무즈해협의 봉쇄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본이 수입하는 원유중 85%가 통과하는 해협이 봉쇄될 경우 자위대가 기뢰 제거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대형 도발은 일본 정부가 3월 안보법 시행에 맞춰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춰나가는데 여론의 저항을 현저히 낮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정권 전반의 우경화 행보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7월 참의원선거에서 야당 공세를 방어할 전망이 밝아지는데 그치지 않고,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서의 교전권을 부정’하는 헌법 9조 개정까지 여권의 로드맵이 탄력을 받을 공산이 커졌다.
아베 정권은 외교안보 최대 현안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목표 역시 거두지 않고, 유엔무대에서 대북강경론을 주도하는 등 국제발언권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립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이날 참의원총회에서 “새 대북제재가 채택되도록 일본이 유엔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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