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북 제재 딜레마에 빠졌다. 4차 핵 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요구가 높지만 그렇다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북한과 등을 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주장한 것과 관련,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줄곧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큰 정도의 노력을 해 왔다”며 “중국이 한 일이 부족하다고 질책하는 이들은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얼마나 건설적 노력을 해 왔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화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은 왜 북한에 여전히 식량과 에너지를 원조하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관계 등을 단절해야 한다”며 “수입 관세를 올리거나 무역만 끊어도 중국은 2분 안에 붕괴될 것”이라고 말해, 중국측을 자극했다. 다만 화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국제적 의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유엔 대북 제재안엔 동참할 뜻을 드러냈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대북 제제에서 중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임을 잘 보여준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이번엔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6일 지재룡 주중북한대사도 참석한 신년 리셉션에서 북한의 핵 실험을 공개 비판했다. 중국은 또 북핵 반대 성명을 내면서 처음으로 “관련국의 냉정을 호소한다”는 표현을 삭제,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의 중국 체류 자격 심사 강화, 북한 송금 금지, 수출입 통관의 엄격한 심사 등 제재 조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국의 대북 제재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제재로 고통을 받는 건 북한 지도자가 아니라 결국 북한 인민이란 점도 고민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안정이 국가적 이익”이라며 “중국이 미국이나 안보리 결의보다 더 나아가는 수준의 독자 제재에 나서 북한을 적으로 돌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 대북 사업가도 “한미일 동맹이 북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북한을 버리고 한미일 편에 설 순 없다”며 “북한이 4차 핵 실험을 사전 통보도 없이 단행한 것은 이러한 중국의 맹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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