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한 총기 규제의 칼을 빼 들며 무법지대였던 온라인 총기거래 사이트로 불똥이 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총기박람회와 인터넷, 벼룩시장 등에서의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회 의무화를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총기 딜러 라이선스 매장에서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신원조회를 온라인 등으로 확대함으로써 범죄자나 정신이상자 등 총기 구매 금지자들의 총기 구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바마 대통령이 광범위하고 규제없는 온라인 무기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총기류의 이베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중고 온라인 총기거래 사이트인 ‘암스리스트(Armslist.com)’를 타깃으로 지목했다.
개인이 소규모로 직접 총기류를 거래하는 암스리스트에서는 판매자의 총기 딜러 라이센스와 구매자의 신원조회 없이도 총기 거래가 가능하다. 때문에 누구나 이곳에서 쉽게 총을 구해 범죄에 사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4명의 미국 해병에게 총격을 가한 범인 역시 이 사이트에서 총을 구입했다. 2013년 총기 규제 단체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암스리스트의 잠재적 총기 구매자 30명 중 1명꼴로 강도나 폭행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장기간의 범죄전과가 있는 사람들이 치명적인 무기를 너무나 쉽게 구입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 동안 온라인 총기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과 톰 메니노 전 보스턴 시장이 설립한 단체 ‘불법총기에 반대하는 시장들’에 따르면 암스리스트에 등록된 개인 판매자의 수는 2011년 12월 1만 2,300명에서 2013년 8월 8만 3,200명까지 급증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행정명령이 불법 거래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기 소장을 취미로 하는 미국인들에게 면허가 없더라도 취득ㆍ매각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둔 연방법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기 판매자가 연방 정부의 면허를 취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새 행정명령이 발동되더라도 면허를 발급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암스리스트 역시 자신들이 직접 총기를 팔지 않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매개자 역할만을 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 왔다. 암스리스트 설립자 조나단 깁본은 “많은 개인 판매자들이 신원조회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선 많은 비용을 들이고 등록된 대리점에 직접 방문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하지 않는다”며 “(오바마의 행동은)선의지만 궁극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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