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ㆍ대화 병행하며 유연했던 아버지와 달리 대담 무모
“옛날 잣대로 봤던 게 실책” 評
‘도발불용’원칙 확고히 하되, 대화 재개 대비하는 유연성도
북한의 30대 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 도박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전세계가 6일 전격적으로 실시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뒤통수를 맞고 충격에 빠졌다. 6자 회담 대화 제의도, 기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제재 압박도 먹히지 않는 김정은 식 막무가내 행보가 정초부터 한반도와 동북아 전반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압박과 대화 사이 대북정책 딜레마를 풀어야 하는 복잡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우리 외교안보부처 관료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7일 “김정일 식 잣대로 김정은을 봤던 게 실책”이라고 자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름 전략적이고 완급을 조절할 줄 알았다. 핵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대화할 때는 대화하는 유연함이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대담하면서도, 조급하고 무모하게 국면을 끌고 가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간과됐다”(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것이다. 핵무기를 협상의 도구로 사용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핵무기 보유 자체로 위협도를 높이면서 협상 카드와 군사력 향상용으로 활용하려는 게 김정은 식 대외정책으로 굳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핵실험은 김정일 시대와 차이가 컸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 북한은 1년 전 미국이 취한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에 불만을 표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또 핵실험 엿새 전 외무성 성명으로 실험을 예고한 뒤 중국 등에는 사전 통보도 했다. 핵실험 이후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단 강공을 선택하며 대화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렸다. 1월 1일 신년사에서 경제 개발을 강조하고, 지난해부터 물밑으로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를 제의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연초 방중 가능성을 거론하는 식으로 한미중 3국을 안심시키는 평화공세를 펴다 핵실험 카드로 허점을 파고들었다.
문제는 김정은 식 정책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방적인 강경책이나 대화전략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김정은 정권에 핵 카드를 함부로 사용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메시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면서도 북한 붕괴, 흡수라는 혼란스러움을 초래할 정도의 압박은 피하는 게 좋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면서도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는 원칙은 확고히 하되, 교류와 대화 재개에도 대비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제재 일변도로 가겠지만, 그런다고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진 않을 테니 궁극적으로는 대화로 풀 준비도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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