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부흥시키려면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진 중소기업을 해외로 이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학계 권위자이자 세계중소기업협의회(ICSB) 회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제시하는 우리나라의 수출 진흥책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가 개설한 ‘한국 경영과정’(K-매니지먼트 프로그램) 방문 교수로 워싱턴에 체류 중인 김 교수는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이 있는데도 국내에 안주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이들의 해외 진출을 체계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의 중소기업은 위기 상황이다. 2012년 13.6%(기술개발투자 기업 기준)에 이르는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이 2013년 9%대로 급감했다. 우리의 수출증가율이 하락한 것은 중소기업의 활력이 눈에 띄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소기업의 수출역량을 키우기 위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거시 정책뿐 아니라 개별 업체의 해외진출을 맞춤 지원하는 미시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TPP는 태평양 경제권에 새로운 국제 부가가치사슬(GVC)의 출현을 의미하므로 우리나라가 절대 소외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TPP 최대 수혜국이자 우리가 생산기지 구축에 성공한 베트남을 이용하면 수출 증진은 물론 GVC 안에서 국내 중기의 위상도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월드챔프’ 등 코트라(KOTRA)의 중기 해외진출 사업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지만 마케팅 역량이 모자라는 업체를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컨버터를 개발한 한국파워트레인 사례도 소개했다. 코트라 디트로이트 무역관의 ‘월드챔프’ 로드맵 사업을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과 수요를 빠르게 파악한 이 회사는 미국 ‘빅3’인 포드와 공급계약을 맺어 수출액이 이전보다 70% 높아졌다. 김 교수는 “뉴욕 양키스 홈 구장의 조명을 자사 발광다이오드(LED)제품으로 바꾼 KMW도 차별화한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이 결합해 미국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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