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쏟았지만 기본 안 된 지도”
한반도 위치ㆍ지명 누락 등 지적
동북아역사재단, 협약 해지 통보
편찬 수행 서강대 산학협력단
“보정 가능한 지엽적 문제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개발한 ‘동북아역사지도’의 완성도를 놓고 연구 발주처인 동북아역사재단과 연구 책임자인 서강대 산학협력단이 갈등을 빚고 있다. 재단쪽에서 “지도학적 기본이 안 된 최종 보고서”라며 45억이나 쏟아 부은 계약 자체를 해지하겠다고 나서자 연구진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7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심사 결과 최종 제출된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사업 결과물에 지도학적 기준상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고, 비윤리적인 연구비 집행이 다수 발견돼 최종 협약 해지 및 2015년도 연구비(3억 4,600여만원) 회수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의 사업 결과물을 재검토해 사업수행능력을 지닌 새 사업단을 공모해 지도를 완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완성을 목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이사업에는 매년 3억~8억원대의 예산이 투입됐다.
재단측은 ▦지도 중심에 중국을 배치하고 한반도를 주변에 둔 점을 비롯해 ▦일부 지도에 독도의 형태와 지명 누락 ▦지도상 축척 적용의 일관성 및 적정성 부적합 ▦지명 밀도가 불균형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연구용역과제 심사 평가표’에 따르면 최종보고서를 검토한 한 심사위원은 “연구자들이 지도편찬사업을 디지털 DB구축사업으로 오해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지도학적, 지도디자인적 문제점이 다수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이 심사위원은 “관리 책임을 맡은 재단 측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런 규모의 과제에 대한 관리감독이 이렇게 소홀한 기관이 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역사지도 편찬위원장인 윤병남 서강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재단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고 최종 보고서에 지적한 내용을 왜 반영할 수 없는지 설명했는데도 재단이 지엽적인 사안을 가지고 협약 해지 통보를 했다”며 “대부분의 지적은 필요하다면 한두 달 안에 보정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말했다. 또 “심사에 역사학자가 아닌 역사지리학, 지도학 전문가만 참여한 점도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완성도에 대한 공개토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일각에서 협약 해지 배경에 국회에서 불거진 한사군 위치 논란이 영향을 끼쳤다는 시선이 있지만 역사 지도의 내용은 학계가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알아서 정할 일이지 재단이 간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