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장애인을 폭행ㆍ학대하고 이들에게 지급할 급여 등을 빼돌려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불린 인강원 원장과 교사가 법정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김유랑 판사는 7일 도봉구 지적장애인 보호시설 인강원의 전 원장 이모(65ㆍ여)씨를 시설 보조금 등 1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사회복지사업법 위반 등)로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장애인을 상습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교사 최모(59ㆍ여)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이씨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2007~2013년 장애인들에게 지불해야 할 시설 내 세탁공장 근로대금과 서울시 보조금 등 13억7,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종사한 장애인의 급여를 임의로 인출해 사용하고 보조금을 목적 외 용도에 사용했다”며 “그럼에도 진지한 반성 없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씨는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며 지적장애 1급 피해자의 굽은 허리를 교정하겠다며 의자에 묶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씨는 “검찰 증거가 부족하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장애인인 피해자들이 의사 표현이 힘든 점을 감안하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의 일가족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인강원 보조교사였던 이씨의 동생(60ㆍ여)은 최씨와 함께 장애인을 폭행하며 피해자의 손바닥을 30㎝ 쇠자로 수십 차례 때린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됐다. 그는 쇠자로 체벌을 하면서도 자신의 손은 보호해야 한다며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덧대어 끼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자백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아들이자 전 인강원 재단 이사장 구모(39)씨는 서울시 보조금 2,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배임)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불릴 만큼 잔혹했던 인강원의 인권유린 실태는 2013년 9월 인강원의 생활재활교사 5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며 세상에 드러났다. 이어 20여개 장애인ㆍ시민단체가 인강재단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법원이 장애인 시설에서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폭행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점은 평가할 만 하지만 죄질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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