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에 대한 비판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전략적 인내’란 북핵이나 미사일 등에서 북한이 먼저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 한 미국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원칙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직후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조차 “2009년 도입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오히려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능력을 개발하는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전략적 인내’의 폐기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루비오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략적 인내’를 대북 유화정책으로 규정한 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테러지원국 재지정 ▦대북 제재 강화 ▦해군력 강화와 미사일방어체계(MD)를 통한 군사적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자칭 ‘수소폭탄’ 실험을 엄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11일 예정된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등 과거보다는 관심 수준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정책 관련 고위급 관계기관 회의를 소집해 대북 정책을 점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책 변화라기보다는 ‘전략적 인내’의 틀 속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관리적 수준의 행보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새로운 대북 정책을 짤 시간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임기가 불과 1년밖에 남지 않았고, 이란 핵 협상과 쿠바 재수교 등 이미 거둔 외교적 업적을 관리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이제라도 협상에 나서라는 주문이 없지는 않다. 뉴욕타임스는 6일 궁지에 빠진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설명하면서 최근 작고한 스티븐 보스워스 전 대북특사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활약했던 보스워스 전 특사마저 “이란, 쿠바와도 대화하는 이 행정부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은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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