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귀화를 신청한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에 대한 결정을 보류했다.
대한체육회는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제21차 법제상벌위원회를 열고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요청한 에루페의 복수 국적 취득을 위한 특별 귀화 신청안을 심의했으나 추가 자료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강래혁 대한체육회 법무팀장은 “도핑 전력이 있는 에루페가 당시 약물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맞는지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등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법무팀장은 또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도핑 관련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규정의 제정 시기가 2014년 7월로 에루페의 도핑 징계 이후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에루페는 2012년 말 도핑테스트 양성반응으로 IAAF로부터 자격정지 2년 징계를 받아 2015년 1월에야 복귀했다. 귀화를 하더라도‘징계 해지 뒤 3년이 지나야 대표선수가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대표 선발 규정에 저촉돼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고민처럼 에루페에게 불소급의 원칙을 적용할 경우 2013년 이전에 금지약물을 복용한 외국인 선수는 얼마든지 특별 귀화를 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아울러 에루페의 특별 귀화를 승인할 경우 수영의 박태환에게도 현 규정을 변경해 리우 올림픽 참가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에루페는 이날 법제상벌위원회에 참석해 “당시 말라리아 치료 목적으로 쓴 약물 때문에 양성 반응이 나왔으나 케냐육상연맹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2년 징계를 내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귀화가 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계속 훈련을 하고 대회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추가로 검토할 서류가 확보되는 대로 법제상벌위원회를 다시 열어 에루페의 특별 귀화 신청을 재심의 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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