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방 처음 앞지르고
매매는 제자리걸음인데 전세가는 여전히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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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모(31)씨는 신혼집 마련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틈나는 대로 서울 마포구와 동작구 일대에서 전세 물건을 찾으러 다녔지만 번번이 허탕을 쳤다. 전세 물량 자체가 없는데다 어쩌다 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와도 대부분 ‘월세를 낀 전세‘, 즉 반전세만 요구했다. 김씨는 “남편이 인천 송도로 출근을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정착할 지역이 제한적인데, 원하는 곳은 물건이 없어 몇 개월간 힘이 들었다”며 “그러다 한달 전 동작구 사당동에서 순수전세가 나왔다는 말에 가격과 방 구조, 층, 위치 등을 따져보기도 전에 급하게 계약금을 걸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끝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와 2월부터 강화되는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이 한풀 꺾인 데 반해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역시 매달 상승세다. 특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달리는 수도권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최근엔 수도권 전세가율이 지방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보합세(0%)를 나타냈다.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은 모두 가격 변동이 없었고, 부산(0%), 대구(-0.03%) 등 작년 한해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지방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반면 전세시장은 수도권(0.06%)과 지방(0.03%)을 가리지 않고 여전히 상승세다. 제주는 전주보다 상승폭(0.13→0.25%)이 더 커졌고, 서울(0.08%)과 부산(0.08%), 경기(0.07%) 등도 강세를 보였다.
집값에 비해 전세가격 상승세가 빠르다 보니 전세가율도 연일 치솟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의 전세가율은 74.0%로 2013년 4월(63.3%) 이후 32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의 전세가율 상승이 심상찮다. 상대적으로 매매가가 낮은 지방이 전세가율에 있어선 수도권보다 늘 우위에 있었는데 이런 현상이 작년 10월 이후 역전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수도권(73.5%)은 부산ㆍ대구ㆍ광주ㆍ대전ㆍ울산 등 5대 광역시(72.6%)와 기타 지방(73.4%)의 전세가율을 처음으로 앞지르더니 이런 흐름은 지난달(수도권 74.7%, 5대 광역시 72.8%, 그 외 지방 73.7%)까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전세난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30만 가구가 안되고 수도권도 10만~11만 가구에 불과하다”며 “이에 비해 재건축과 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가 서울에서만 6만명이고 결혼과 이혼, 취업 등으로 인해 분가하는 수요까지 포함하면 전세는 물론 월세 시장에서도 이들을 다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는 금리인상과 강화된 대출규제 등으로 심리가 위축돼 작년처럼 전세난이 매매시장을 이끄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이 오를 만큼 오른데다 대출도 쉽지 않아 내 집 마련에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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