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 '오빠생각'은 당연히 '임시완 생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아역배우 정준원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기억했다. 눈빛 하나로 두려움, 비장함, 긴장, 그리움, 안도를 담아냈다. 검은 눈동자와 파르르 떨리던 속눈썹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1월 개봉할 감동대작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기적을 그렸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을 연출한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미생'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시완(한상렬), 충무로 대표 20대 여배우 고아성(박주미), 자신만의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이희준(갈고리)이 만났다.
성인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었고, 아역들도 호연을 펼치며 러닝타임 124분을 끌었다. 그 중심에는 '손님'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준원이 있다. 정준원은 '소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남다른 연기력을 뽐낸 이레와 남매 호흡을 맞췄다.
동구와 순이는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무작정 남쪽으로 내려왔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아홉 살 순이의 유일한 보호자가 된 동구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 천진난만했던 산골소년 동구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변해버렸다. 어린 나이에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다. 한상렬과 박주미는 동구, 순이와 같은 전쟁고아를 외면할 수 없었다. 합창단을 만들어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다.
하지만 동구가 합창단에 들어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갈고리가 군수물자를 빼돌리지 않으면 동생 순이를 내다팔겠다고 협박했던 것. '동생 바보' 동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은 전쟁이 낳은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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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은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데 성공했다. 아역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깊은 내면연기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그 누구보다 동생을 아끼는 모습에선 '내가 동구 동생이었으면' 하는 망상까지 들게 한다. 이한 감독은 "연기를 잘해서 뽑았다. 극중 배역에 맞게 14~15살 배우들을 찾고 있었는데 정준원을 만나니,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원숭이해를 맞은 2004년생 원숭이띠 정준원. 유승호와 여진구를 이을 명품배우로 거듭나길 바란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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