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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드라마 '미세스캅'을 시즌제로 확장했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포맷과 주요 설정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주인공이 김희애에서 김성령으로 교체됐다. 김성령은 FBI 연수를 마치고 온 뉴욕발 아줌마 형사 고윤정을 맡았다.
시즌제 드라마가 지상파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시즌제 드라마란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보편적인 제작형태다. 사전에 제작해 한시적으로 방송하는 형식을 말한다. 시즌마다 1년 이상의 긴 시간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국내에서는 사전 제작의 의미보다는 극중 설정이나 포맷을 끌어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 드라마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화 시킨다는 측면은 동일하다.
국내 시즌제 드라마 성공사례는 주로 케이블 채널에서 찾아볼 수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와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있다. '로맨스를 부탁해' '처용' '뱀파이어 검사' '신의 퀴즈' '특수사건 전담반' 등 멜로부터 판타지, 수사극까지 다양한 장르를 시즌제로 선보였다.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즌 15까지 성공리에 이끈 한상재 tvN PD는 "시즌이 지속될 때마다 어려움에 직면한다. 중복되는 캐릭터로 무궁무진한 스토리를 만들 수는 없다. 시즌마다 새 인물을 투입하기도 하고, 이전 시즌 출연진을 다른 시즌에 소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고정 시청자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저버릴 수 있다는 위험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는 KBS가 1999년 '학교'를 시작으로 '학교2'(1999) '학교3'(2000), '학교4'(2001), '학교2013'(2012), '학교2015'(2015)까지 시즌제로 유지해 오고 있다. 주인공은 계속 교체됐지만 학원물의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2009년 '아이리스'는 2013년 스핀오프 '아이리스: 뉴 제너레이션'으로, 2011년 '드림하이'는 이듬해 '드림하이2'로 방송됐다. 그러나 '아이리스'와 '드림하이'후속 편은 전작처럼 흥행하지 못했다.
MBC는 시트콤으로 시즌제를 선보였다. '논스톱'과 '하이킥'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1994년 방송한 '종합병원'은 약 14년 만인 2008년에 시즌2로 재탄생시켰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케이블 채널은 어떻게 시즌제 드라마를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
관계자들은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비결로 편성을 꼽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종일 편성도 가능해 재방, 삼방 등 반복 방송도 가능하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지상파는 프로그램도 많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방송을 할 수 없다. 반면 케이블 채널은 편성의 자유로움 속에서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tvN은 2049 시청층 타깃 위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들어간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고정 팬도 생기니 홍보도 수월하다.
지상파는 왜 시즌제 드라마가 어려울까. KBS 드라마국 정해룡 CP는 "드라마를 브랜드화 시키는 데에 있어 메인 스태프와 주연배우의 역할이 그 누구보다 크다. '응답하라'는 같은 감독과 작가가 뭉쳤고, 성동일 이일화 부부가 시리즈의 색깔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공중파의 경우 그런 연속성을 지니기엔 역부족이다. 작가나 주연배우를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즌제 드라마가 지상파에서도 가능하려면 메디컬, 사극, 범죄수사 등의 장르 안착도 중요하다. 케이블 채널의 시즌제 드라마는 일관된 장르로 스토리를 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리즈물은 에피소드 별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데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층에서 거둘 수 있는 효과가 아직은 미비하다. 정 CP는 "삼각관계나 출생의 비밀 등 통속적인 주제를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며 "대중에게 익숙한 장르를 시리즈로 안착시키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소재가 점점 다양화 되면서 시즌제 드라마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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