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그룹역량 반도체·통신·바이오에 집중>
새해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에 빨간 불이 들어왔고, 국내 경기도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다. 국내 4대그룹의 새해 전략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 SK 제공
SK그룹은 지난해 총수 부재와 경영 악화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회장이 복귀하면서 반도체와 통신, 바이오 등 신 성장동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의지는 지난 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 하례회에서도 알 수 있다. 3년여만에 공식 하례식에 최 회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년사에서 최 회장은 "올해 국내외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크긴 하지만 SK는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사회로부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으며 성장해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고 보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 반도체·에너지 투자-M&A 통해 적극 육성
올해 SK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그룹 편입 직후인 2012년 시설투자를 10% 이상 확대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전체 반도체 업계의 투자 규모는 축소하는 추세였지만 최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공정수는 늘어나고 장비도 대형화하고 있어 추가 생산능력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지난해 최 회장은 사면 이후 SK하이닉스 투자를 우선적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이천 본사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을 열며 반도체 투자의 포문을 연 것. 300㎜ 전용 반도체 공장인 M14은 축구장 7.5개 면적에 해당하는 5만3,000㎡(길이 333m, 폭 160m, 높이 77m) 규모를 자랑한다.
▲ SK하이닉스 이천 M14. 연합뉴스
지난해 청주에서는 부지 확보에 나섰던 SK하이닉스는 올해 이천 공장 부지 조성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신규 공장에만 투자되는 규모가 M14 15조원, 나머지 두 공장에 31조원 등 총 46조원에 이른다.
SK㈜를 통합지주회사로 출범시키며 5대 신성장 분야로 제시한 반도체 소재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OCI가 보유한 OCI 머티리얼즈 지분 49.1%도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OCI 머티리얼즈 인수를 통해 SK는 반도체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소재 사업은 제조 기업과의 기술 협업 등 협력 관계가 중요한 만큼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윤성규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경기도 이천 SK 하이닉스 이천 사업장에서 방진복을 착용한 채 사업장내 환경기초시설 및 첨단 환경관리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취약한 낸드(NAN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3D 낸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소재는 제조 공정이 어려워지고 공정 내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그 역할과 중요성이 커졌다. 특히 3D 낸드 공정에서 특수가스 수요는 기존 2D 낸드 대비 30%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특수가스 제조사 OCI머티리얼즈와의 시너지 연계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CJHV M&A…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구축
방송‧통신을 잇는 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강화도 올해 SK의 중점 사업이다. 이를 위해 SK는 지난해부터 통신 등 IT 계열사에 대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SK텔레콤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두는 한편 SK플래닛의 N스크린 서비스 '호핀' 사업 분야를 SK브로드밴드에 넘겼다. 이를 통해 현재 SK브로드밴드 IPTV인 Btv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네이트 포털과 싸이월드·싸이메라 서비스를 운영하던 SK컴즈 지분을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 IHQ에 매각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결국 SK는 해당 지분 64.5%를 SK텔레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SK컴즈를 그룹에 잔류시켰다.
올해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CJHV) 인수합병을 통해 본격적인 통신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합병은 올 초 SK브로드밴드 및 CJ헬로비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며,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상장법인인 CJ헬로비전에 통합돼 우회상장 된다. 인수 및 합병 완료는 오는 4월 중 이뤄질 예정이다.
▲ SK텔레콤, CJ헬로비전 제공
합병이 완료되면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총 유료방송 시장에서 7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 헬로모바일과 자사의 SK텔링크를 합해 거대한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이를 통해 융복합 미디어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구축에 나선다.
물론 합병 절차가 마무리 되기까지는 정부의 인가가 남아있다. 정부는 시장 경쟁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자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인가 규정을 두고 있다. 시장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판단되면 인가를 불허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SK는 지난해 카셰어링 업체 쏘카에 5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함으로써 사실상 인수를 확정지었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확장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 SK케미칼-SK바이오팜으로 바이오·제약 키운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활발한 투자 및 개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 SK케미칼, SK바이오팜 제공
SK는 백신의 주권 확보를 목표로 SK케미칼을 통해 2008년부터 연구 개발 등 인프라 구측에만 약 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앞서 2012년 경북 안동에 백신 공장을 짓고 SK케미칼 2공장인 SK플라즈마 혈액제 공장을 착공해 내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SK케미칼은 차세대 무균 생산 시스템을 가동하고 신규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 및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스카이셀플루 4가'의 시판 허가를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획득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사람에게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를 모두 예방할 수 있다는 이 백신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됐으며 올해부터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유럽의약품청(EMA)에 혈우병치료제 'NNP6001' 시판 허가를 신청하며 다시 한 번 기술력을 입증할 방침이다.
바이오 분야 계열사 SK바이오팜도 올해 집중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백신과 더불어 신약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는 SK는 사업 확장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사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최근 독자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 신약(SKL-N05)이 개발 파트너 미국 재즈사를 통해 북미·유럽의 전문 병원에서 임상 3상 실험을 시작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원료 의약품을 생산하는 SK바이오텍을 통해 외국 대형 제약사에 치료제 판매를 진행하는 등 바이오·제약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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