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2012년 7월 K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그는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 해 올스타전은 2002년 한ㆍ일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 2002 월드컵 멤버와 2012 K리그 올스타들의 대결 구도로 펼쳐졌다. 당시 성남 사령탑으로 '팀 2012 올스타'를 지휘한 신 감독은 "2002 월드컵 멤버들은 (기존 규정과 달리)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박진감도 재미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이를 받아들여 실제 올스타전에서 적용됐다.
변화를 중요시하며 때로는 정석보다 변칙을 활용하는 신 감독의 철학은 올림픽 대표팀 운영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한국시간)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에서 선발 명단 11명 가운데 중앙 수비수 정승현(울산 현대)을 제외한 10명을 후반에 교체했다.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경기 초반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신 감독은 곧 4-1-4-1 포메이션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했고, 후반에 선수들을 잇따라 교체하면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신 감독이 내보낸 선수들은 투입되는 족족 제 역할을 다해냈다. 후반 16분 그라운드를 밟은 권창훈(수원 삼성)은 경기 종료를 2분 앞두고 측면 돌파에 이어 그림 같은 패스를 황희찬(잘츠부르크)에게 건네며 황희찬이 쐐기골을 넣는 데 기여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전술 변화를 줬지만, 선수들이 잘 적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에 골 결정력을 높이면서 이겨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7일(오후 11시 20분)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도 한 번 더 전술 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와 평가전에서도 신 감독의 전술 실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세 이하 대표팀 역대전적에서 3승2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은 사우디전을 통해 오는 12일 개막하는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대비한다는 자세다. AFC U-23 챔피언십은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진출 여부를 확정하는 대회다.
사우디는 중동의 강호로 평가된다. 2014년 1월 오만에서 열린 AFC U-22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은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패한 후 3-4위 결정전에서도 요르단에 지며 4위에 그쳤다. 신태용호는 강호 사우디를 넘고 올림픽 8회 연속 진출을 위한 예열을 마칠 계획이다.
UAE전에서 공격에 다소 무게를 뒀던 신 감독은 이번에는 약점 보완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UAE전에서 상대 공격수들에게 번번이 빈 공간 침투를 허용했다. UAE 선수들이 골 결정력이 좋고 개인기가 더 뛰어났다면 득점을 내줄 수도 있었던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신 감독은 사우디전에서는 수비 라인에 변화를 주며 가장 견고한 조합을 발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심상민(FC서울), 구현준(부산 아이파크), 송주훈(미토 홀리호크), 연제민(수원 삼성), 황기욱(연세대), 이슬찬(전남 드래곤즈), 박동진(광주FC), 정승현 등 수비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대를 모은다.
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이다. UAE전에 이어 사우디전도 어디까지나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한 담금질의 과정이다. 신 감독이 사우디전에서도 '변화'와 '실험'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다.
사진=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