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덕선(혜리)과 정환(류준열)에 대한 관심보다 뜨겁다. 16일 종영을 앞두고 막바지로 접어든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에서 정환과 선우(고경표)의 고등학교 친구로 나오는 마이콜(김중기)이 화제의 캐릭터로 떠올랐다. 한 회 방송에 한 장면도 안 잡힐 때가 있을 정도로 분량이 적어 초반엔 주목 받지 못하다, 지난달 26일 방송에서 “마이콜 따라 의대 가게?”란 대사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응답하라 1994’에서 연대 의대 본과 3년생을 연기한 마이콜은 ‘응답하라 1988’ 에서 같은 이름의 고2 학생으로 나온다. 의대 지망생이란 힌트를 줘 그가 두 드라마 속 동일 인물임을 짐작하게 해 드라마에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 내고 있다. 두 드라마에서 같은 캐릭터로 나오는 인물은 김중기가 유일하다.
마이콜이란 캐릭터로 ‘응답하라 1988’ 과 ‘응답하라 1994’ 사이 ‘다리’가 놓아지면서 드라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마이콜을 중심으로 두 드라마 속 다른 인물 사이 접점이 만들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란 캐릭터를 연기한 정우가 종영 4회를 앞둔 드라마에 깜짝 출연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시청자의 관심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전작에서 마이콜의 의대 동기로 나왔던 정우가 ‘응답하라 1988’ 에서 마이콜을 비롯해 전교 1등인 또 다른 의대 지망생 선우와 어떻게 엮일지에 대한 호기심이 일수 밖에 없다.
두 드라마를 오가는 마이콜 덕에 ‘응답하라 1988’은 네티즌 사이에서 ‘추리 드라마’가 됐다. 온라인에는 ‘마이콜이 덕선의 언니인 보라(류혜영)와 쓰레기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식의 추측 글이 쏟아졌다. ‘응답하라 1994’ 에서 성나정(고아라)이 자신의 얼굴 볼을 꼬집는 쓰레기를 향해 “소개팅해서 처음 만나자마자 키스했다던 그 운동권 언니한테도 그랬냐”고 했는데, 이 운동권 언니가 바로 보라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마이콜이 쓰레기의 대학 친구고, 보라의 동네 친구인 정환 등과의 고교 친구라 마이콜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한 인물일 것이라는 접근이다. 옛 추억을 공유하는 드라마에서 ‘응답하라 1988’을 추리 드라마로 바꾼(?) 주인공인 김중기를 최근 한국일보 사옥에 만나 그 비밀을 캐봤다.
-마이콜이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88’의 연결 고리란 건 알았나.
“몰랐다. 제작진이 말을 안 해 줬다. 이 얘길 처음 접한 것도 지인들이 휴대폰 문자로 네티즌이 쓴 글 등 관련 내용을 보내줘 알았다. 마이콜이 덕선이 언니를 쓰레기에게 소개시켜줬다는 설도 그렇게 접했다. 정말 네티즌은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진실 여부는 나도 모른다(웃음).” (관련기사 ▶ ‘응팔’ 추리는 성지글이 될 것인가)
-정우와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 드라마 배경이 1988년에서 1994년으로 변한 설정이라 들었다.
“정우가 촬영은 했다. 하지만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스포일러라 내 입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
-‘응답하라 1994’ 에 이어 ‘응답하라 1988’ 에 캐스팅할 때 제작진이 뭐라며 섭외했나.
“이번에도 나와달라는 얘기가 전부였다. 그때 JTBC 드라마 ‘송곳’에 먼저 캐스팅돼 촬영을 앞두고 있어 이번엔 출연이 어려울 줄 알았다. 고등학생이라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한다고 했는데, ‘송곳’ 에선 과장으로 나와 걱정도 됐고. 촬영 일정도 겹치더라. 처음엔 한 회 정도만 나오면 된다고 해서 찍었는데, 나중에 또 연락이 왔고 ‘송곳’ 촬영도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응답하라 1988’을 찍게 됐다.”
-‘응답하라 1994’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영화 ‘바람’이 인연이 됐다. ‘바람’에 출연한 정우를 캐스팅하면서 드라마 속에 영화 속 정우의 친구들을 이벤트 식으로 몇 명을 출연시키려 한 것 같다. 신원호 PD에게서 정우 친구로 출연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좋다고 했다. 신 PD와 ‘응답하라 시리즈’를 쓴 이우정 작가가 ‘바람’이란 영화를 참 좋아했던 것 같다. 영화 속 이름이 마이콜이었는데 드라마에서 마이콜이라 불렀다. 그 때도 단발성 출연인 줄 알았는데 그 뒤로도 몇 번 촬영을 했다.”
-드라마가 화제라 알아보는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겠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늘었다. 먼저 ‘마이콜 아니냐?’며 말 걸어주시는 분도 있고. 아직 누군가가 날 알아보는 게 민망한 무명배우라 쑥스럽다. 그래서 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데, ‘마이콜 맞죠?’라고 물어보면 ‘저 아닙니다’라고 한다. 그런데도 집요하게 계속 물어보면 ‘맞다’고 하고.”
-마흔에 가까운 나이인데 고등학생 연기가 어색하진 않았나.
“친한 친구들이 그래서 욕 많이 한다(웃음). 솔직히 난 괜찮은데 주변에서 많이 불편할 거다. 류준열, 고경표 등 극중 쌍문고 동기들이 ‘선배’나 ‘형’이라고 하는데 난 아직 말을 못 놨다. 서로 촬영을 자주 하면 편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8월 말에 처음 촬영하고 몇 달 지나 찍고 그래서. 그래도 신 PD가 ‘응답하라 1988’ 첫 촬영할 때 ‘왜 이렇게 학생 같지?’라고 해 위안이 됐다. 첫 촬영 후 나중에 한 번 더 나와야 해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빨리 불러달라’고 했다.”
-제작진이 마이콜 연기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건 없나.
“헤어스타일이다. ‘응답하라 1994’ 촬영 갔을 때 머리를 뽀글뽀글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더라. 이름이 마이콜이니까. 사투리 연기도 부탁했는데 그건 뭐 내가 대구 출신이라 어려움은 없었다.”
-‘응답하라 1988’ 속 출연자와 비교하면 40대 성동일과 20대 혜리 등 청춘들 사이에 껴 나이대가 어중간하다. 어떤 배우와 친하나.
“(김)성균(36)이랑 제일 가깝다. 2008년에 연극 ‘보고 싶습니다’ 를 같이한 적 있다. 그런데 정작 드라마 촬영하면서는 잘 못 본다. 같이 엮이는 장면이 별로 없다. 심지어 ‘응답하라 1994’때는 한 번도 못 봤다.”
-‘응답하라 1988’ 찍으며 가장 반전 이미지를 보여준 배우는 누군가.
“류준열이다. 영화 ‘소셜포비아’ 를 봤는데 그 속에서 ‘현피(게임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에서 살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뜨러 간다’ 고 하고 굉장히 수다스러운 이미지라 그런 줄 알았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무뚝뚝하게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줘 놀랐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리 영화는 주로 정치적이거나 사회 고발성 작품을 많이 찍었다. ‘남영동 1985’와 ‘카트’ 란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송곳’ 까지.
“딱히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난 선택 당하는 입장이니까(웃음).”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98학번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다. 1학년 때 두 번의 학사 경고를 맞고 군에 입대했다. 제대할 무렵 ‘앞으로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 연기를 택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연기 동아리를 한 적도 없었지만 이 쪽에 관심은 많았다. 중학교 때 영화 보면 좋아하는 순위를 매겨 리스트 작성하고, EBS ‘예술광장’ 에서 공연을 많이 해줘 녹화해서 꼭 챙겨봤으니까. 그래서 제대 후 연기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교를 다시 갈 수는 없어서 2002년 명지대 사회교육원 내 뮤지컬과에 들어갔다. 마침 1기를 모집하더라.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기 데뷔는 어디서 했나.
“뮤지컬이다. 2005년 ‘빠담빠담빠담’ 에서 앙상블로 나왔다. 현대극단에서 올린 공연이었는데 추상미 선배가 주연으로 나왔다. 오디션 보고 처음으로 들어간 작품이다.”
-서울로 올라와 고생이 많았을 텐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편의점에 호프집 뛰며 돈을 벌었다. 솔직히 2012년 ‘남영동 1985’ 찍기 전엔 연기를 그만해야 하나란 고민도 했다. 밥벌이도 그렇고 자신이 없었다. 서른 넘으면서 주변에서 연기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그러다 운 좋게 ‘남영동 1985’ 오디션 연락이 온 거다.”
-앞으로 바람은 뭔가.
“드라마 속 분량은 얼마 안 되지만 워낙 작품이 인기가 있다 보니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다. 계속 작품 활동 열심히 했으면 하는 것뿐이다. 결혼도 해야 하니까(웃음).”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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