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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No doublespeak! (이중 표현법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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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No doublespeak! (이중 표현법은 No!)

입력
2016.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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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어교사협의회에서는 Double-Speak을 금하자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Double-Speak에 애매한 의미와 교묘한 언어적 유희가 많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 예로 ‘핵폭탄(Nuclear Bomb)’ 같은 강력한 표현보다 ‘개선된 방사능 장치’(Enhanced Radiation Device)라고 말하면 그 심각성을 눈치챌 수 없다. 종종 뉴스에서 강대국이 ‘자위적 조치’(Protective Reaction Strike)를 취했다고 나오는데 이는 사실상 ‘침공(invasion)’을 의미하기 때문에 엄청난 위협임에도 코팅하듯 애매하게 말하는 것이다. 개인차원에서는 이러한 어법이 흔하지 않지만 행정용어, 정부 정책, 법규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러한 모호한 표현을 쓰기도 하고 특히 광고와 기사에서는 갈수록 모호한 언어를 과용하고 있다. 치약이나 샴푸 광고만 보아도 ‘Helps control’ ‘with regular use’ ‘Listerine fights bad breath’과 같은 딱 부러지는 표현이 없고 ‘Control’ ‘Regular’ ‘Fights’ ‘Works’ ‘can be’ ‘Tackles’ ‘the feel of’ ‘Enriched’ 등의 모호한 말만 무성하다.

한국의 광고에서도 영어 슬로건이 함께 쓰이는데 이것도 일종의 Double-Speak이다. 번역해보면 특별한 내용도 없고 새로운 사실도 없는데 그냥 영어 단어 몇 개로 장식 아닌 장식을 한다. ‘X gives you more’라고 홍보하는데 X가 무엇을 더 제공한다는 내용은 없다. ‘Only xxx has this unique filter system’이 문구를 보면 자기네 상품만이 독특하다는 주장만 있고 내용은 없다. 60~70년대에 Ford 자동차가 성능이 좋은 Cougar 모델을 내놓고 ‘Cougar is like nobody else’s car’라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Cougar는 다른 차와 다르다는 의미도 없고 전달력도 없는 메시지였다. 또 과거에 담배 광고에서 ‘Winston tastes good like a cigarette should’라는 문구가 등장했는데 ‘담배다운 맛’이라는 이 광고 문장은 밋밋한 정도가 아니라 돈과 시간을 낭비한 경우다.

나아가 광고에서 과학적 발견이나 통계 수치를 동원하지만 그 대상과 기준은 여전히 빠진다. 세정력을 강조하면서‘Easy-Off has 33% more cleaning power’라고 표현한 경우 어느 것과 비교해서 더 많다는 것인지, 또 ‘It works better’라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구는 의도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한 마디로 정확한 뜻보다는 그럴싸한 말로 본질을 호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말이 Double-Speak이므로 이는 경계해야 할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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