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도 통보하지 않은 건 ‘핵에 대해 누구도 간섭하지 말라’는 뜻
미 정권교체 앞두고 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 의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례적으로 핵개발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했다. 중국을 비롯한 대외관계 개선을 의식해 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지만, 일주일도 못돼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발톱을 감춘’ 은폐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육성으로 낭독한 신년사에서 ‘핵개발 병진노선’이나 ‘선군정치’를 일체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 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 생산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만 있었다. “선군의 가치를 높이 추켜들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던 작년 신년사와는 대비되는 내용이었다. 김 제1위원장은 남북관계에 관해서도 올해는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문제,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화해제스처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북한이 올해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6일 제4차 핵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한국정부는 물론 전 세계가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장용석 서울대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은 “어느 정도 예고를 거쳐 핵실험을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며 “북한을 한 참 잘못 봤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에조차 핵실험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건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란 메시지를 명확히 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번 신년사 성격에 대해 “(직접적 핵 언급은 없었지만)‘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이라는 초강경 표현도 등장하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한국을 반통일 세력이라는 표현이 많다”며 “미국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핵 억제력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전략적 기만’이라는 김정은식 스타일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김정은의 리더십이 충동적이고 격정적이라는 일부 평가를 고려하면 이런 스타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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