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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줄게 수수료 다오"... 힘 세진 캐스팅 디렉터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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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줄게 수수료 다오"... 힘 세진 캐스팅 디렉터의 갑질

입력
2016.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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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드라마 ‘미생’은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명품 드라마가 됐다. CJ E&M 제공
tvN드라마 ‘미생’은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명품 드라마가 됐다. CJ E&M 제공

소속사 없는 신인ㆍ무명배우 상대

출연료의 30% 노골적으로 요구

계약직 사원 장그래를 통해 대한민국 ‘을’들을 위로했던 tvN 드라마 ‘미생’은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의 연기로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 대리(김대명), 성 대리(태인호), 고 과장(류태호), 마 부장(손종학), 정 과장(정희태) 등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등장인물이 딱 떨어진 배우의 발굴로 현실화했다. 그 역할을 해낸 것이 캐스팅 디렉터. 방송 영화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에 대한 정보를 꿰고 있는 캐스팅 디렉터는 숨은 인재들을 일일이 찾을 수 없는 PD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최근 목소리가 높아진 일부 캐스팅 디렉터들이 신인 배우나 무명 배우들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소속사가 따로 없는 배우들에게 출연료의 30%를 캐스팅 수수료로 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신인 배우의 측근은 “제작사나 PD들에게 추천할 테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면 수수료를 달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캐스팅 디렉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는 아예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게 배우들의 주장이다.

캐스팅디렉터는 방송사나 PD, 드라마제작사 등에 역할에 맞는 배우들을 직접 추천하고 섭외한다. 외주제작사들은 아예 캐스팅 디렉터와 계약을 맺고 전적으로 캐스팅을 맡기다시피 하면서 이들의 역할은 제법 커졌고 권위도 상승했다. 이런 상황이니 드라마 출연 기회가 적은 신인이나 무명 배우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떼어주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톱스타들이야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5,000만~1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액이고, 안정된 중년 배우들도 회당 1,000만~2,000만원 정도를 받지만 무명 신인배우들의 출연료는 턱없이 낮아 30%의 수수료는 착취에 가깝다. 방송가에선 얼굴이 알려진 조연 배우들은 회당 100만원 미만, 단역 배우는 회당 30만~50만원을 받는다. 회당 70만원을 받는 조연 배우가 주 2회 방영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면 한 달 출연료 560만원 중 캐스팅 디렉터에게 약 170만원을 떼어주고 약 390만원만 챙기는 셈이다. 신인 배우들은 가뜩이나 출연료도 낮은데 캐스팅 디렉터들의 터무니 없는 요구 때문에 두 번 울고 있다.

심지어 최근 JTBC ‘송곳’, tvN ‘일리 있는 사랑’ 등에서 연이어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연 단역 배우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2억원 선에 가까워졌지만 그 대부분은 톱스타들의 몸값으로 나가고 조연 단역들은 무일푼일 경우가 많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지상파방송 3사에서 발생한 출연료 미지급액이 약 30억원에 달한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방송사나 드라마제작사로부터 출연료를 제 때 받지 못해 생계유지가 안 되는 무명배우들이 수두룩하다”며 “캐스팅 디렉터로 인해 기회를 얻는 배우들도 많지만 그 이면에 이런 관행이 굳어져 씁쓸하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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