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히어런트 바이스’(감독 폴 토머스 앤더스)와 ‘모스트 바이어런트’(감독 제프리 챈더)를 뒤늦게 관람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이 번쩍 뜨였고 동시에 후회가 밀려왔다. ‘왜 이리 좋은 영화를 제때 접하지 못하고 크게 소개하지도 못했는가.’
두 영화는 여러모로 닮았다. 미국 영화이고 미국의 과거를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영화를 보고 나면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을 이해하게 되고 미국 사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통찰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딱히 어려운 영화도 아니다. 장르의 틀을 갖췄고 상업적 미덕도 지니고 있다.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 한 사립탐정을 내세워 1970년대 미국 사회를 탐색한다. 마약을 대량 판매하는 비밀 범죄조직이 마약중독 치료 병원까지 운영하는 모습을 지렛대 삼아 자본주의의 모순적 실체를 들춰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로 있던 캘리포니아주가 공간적 배경이다. 레이건 주지사가 실행한 여러 비인간적 정책을 짧게 언급하며 영화는 80년대 미국을 휩쓴 신보수주의의 광풍을 간접 비판하기도 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레이건이 대통령이던 1980년대 초반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삼았다. 정유회사를 운영하는 젊은 기업인의 악전고투를 통해 자본주의의 비정을 그렸다. 정글과도 같은 무한 자유경쟁 시스템이 양심적이고도 야심만만한 기업인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스릴 넘치는 연출로 보여준다. 범죄조직과의 결탁과 권력의 비호 속에서만 기업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서늘하기만 하다.
두 영화는 영화 외적인 불운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선보인 영화들 중 손꼽을 만한 수작인데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4월 개봉한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1만79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만이 찾았고,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아예 개봉하지 못하고 지난해 2월 주문형비디오(VOD)시장으로 직행했다. 영화 시장도 두 영화 속 세계처럼 냉혹하기만 하다. 좋은 영화라고 흥행에 성공하지 않는다. 그래도 두 영화가 많은 관객들과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새해 첫 주 뒤늦게 지난해라는 시간 속에 묻히게 된 두 영화의 관람을 권한다.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