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77)의 1995년작 ‘금지구역Ⅰ’이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2015년도 수집작품에 포함됐다고 작가의 전속화랑 학고재가 6일 밝혔다. 한국에서조차 소수파의 미술운동이었던 여성주의 미술이 세계 미술사에 자리를 잡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지구역Ⅰ’은 윤석남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버려진 나무조각’과 ‘의자 위 가시’가 결합된 설치작품이다. 버려진 나무조각 위 그림은 회화를 설치할 수 있는 입체 작품으로 전환하려는 윤석남의 의지가 반영된 표현양식이다. 이 작품에서는 나무조각 위 여성이 검은 줄의 안과 밖에 걸쳐 서 있는데, 욕망과 현실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면모를 묘사한 것이다.
한편 의자의 앉는 자리 위에는 날이 선 가시가 잔뜩 올라앉아 있다.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가정이란 영역이 겉으로는 안락해 보이지만 사실 여성의 욕망을 통제하는 공간임을 표현한 것이다. ‘금지구역Ⅰ’에 나타난 의자 위 가시는 훗날 ‘핑크 룸’,‘블루 룸’등 대형 설치작품으로 확장돼 윤석남을 대표하는 작품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어려서 화가를 꿈꾸었으나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못하고 40대에야 늦깎이로 미술계에 입문한 윤석남은 1985년부터 김인순, 김진숙 등과 여성주의 민중미술 조직 ‘시월모임’을 결성해 활동했고 1996년 여성 미술작가로는 최초로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했다. 2015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심장’을 열었다. 이 전시의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머니와 나 자신을 돌이켜보면 자연스레 한국 여성의 삶이 작품에 묻어났다”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윤석남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영국 런던의 테이트 뮤지엄은 20세기 초부터 국제 현대미술작품을 수집해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세계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장 중 하나다. 한국 출신 작가로는 백남준 이승택 이우환 등의 작품이 수집 전시된 바 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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