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단체ㆍ지역 정치권 일제히 반발
道에 이념 논란 부추기는 사상검증 거부 촉구
“현행법상 희생자 재심의는 불가능하다.”
행정자치부가 제주 4ㆍ3사건 희생자 재조사를 제주도에 요구한 데 대해 4ㆍ3 관련단체와 지역 정치권이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사상검증 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 4ㆍ3연구소는 6일 성명을 통해 “사실조사는 사실상의 사상검증”이라며 “정부가 4ㆍ3특별법에 따라 명예회복이 이뤄진 유족들에게 보수단체의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조사를 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인권침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또 “4ㆍ3특별법상 희생자로 결정되면 재심의는 불가능한 만큼 정부는 사실 조사 요구를 철회하고, 제주도도 사실 조사를 거부하라”며 “대법원도 희생자 결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모두 각하시키는 등 희생자 결정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판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실 조사가 총리실 산하 제주4ㆍ3중앙위원회의 재심의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다시 희생자에 대한 재조사를 하는 과정으로 연결되면 4ㆍ3사건 문제의 해결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 강창일)도 이날 성명을 통해 “행자부의 4ㆍ3사건 희생자 사실조사 요구는 4ㆍ3사건의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의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이미 국가차원의 진상규명을 토대로 이뤄진 희생자 결정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일부 보수단체들의 소송이 법정에서 모두 패소한 상황에서 행자부가 나서서 사실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제주4ㆍ3사건을 정부 스스로 정당성 없는 이념논란으로 몰고 가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도당은 또 “이번 행자부의 요구는 일부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희생자 재심사를 위한 수순밟기”라며 “이는 제주4ㆍ3사건의 진실을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정부가 동조하려는 것이며 온 국민의 분노를 샀던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와 맞물린 역사왜곡의 서막”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원희룡 제주지사는 4ㆍ3사건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때가 됐다”며 “행자부의 요구에 대해 당당히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행자부는 지난달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제주 4ㆍ3사건 희생자에 대한 사실조사를 제주도에 공식 요청했다.
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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