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학교 측이 12일 계획했던 명예졸업식이 취소됐다. 유가족 모임인‘4ㆍ16 가족협의회’가 불참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 측은 유가족이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명예졸업식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12일에는 졸업식만 진행하고 함께 치르기로 했던 명예졸업식은 무기한 연기키로 했다.
이에 따라 명예졸업식 뒤 빈 상태로 존치돼 오던 ‘기억교실’ 10칸을 손질, 올 신입생(2학급ㆍ300명)이 입학하면 재학생 교실로 활용하려던 학교 측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기억교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 희생 학생들이 쓰던 곳으로, 현재는 편지와 노란 리본, 꽃 등이 놓여 추모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기억교실 내 집기를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옮겼다가 학교 앞 시유지에 ‘4ㆍ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지어 이전ㆍ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그 동안 협의회와 논의해 왔다. 하지만 존치 요구가 워낙 거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3월 개학 때까지 이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교장실과 교무실을 임시건물로 옮기든가 학급당 인원을 늘려야 하는 비상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혁신학교로 특별 지정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 노력도 빛을 보기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재학생 학부모들의 우려가 나온다.
전날(5일) 4ㆍ16 가족협의회는 ‘단원고 졸업식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이라는 자료를 내 “세월호 참사의 흔적을 지워버리기 위해 강행하는 명예졸업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며 “졸업식을 1월 초에 하는 이유는 졸업식 후에 교실을 정리하고 리모델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 가족들은 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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