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차 핵 실험을 진행하며 처음으로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더 이상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자 중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6일 “북한은 지난 3차례의 핵 실험 당시엔 20, 30분 전에라도 중국측에 미리 귀띔을 해 줬다”며 “그러나 이번엔 중국에 전혀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5일 저녁 주중한국대사관과 중국 외교부 직원이 만났을 때에도 특이한 동향이 없었다”며 “중국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가정보원도 북한이 미국과 중국에 핵 실험 계획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 실험을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1~3차 핵 실험 당시엔 중국에게 사전 통보를 해 줬다. 중국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 풍계리 핵 시설에서 중국 국경까진 불과 100여㎞ 밖에 안 된다. 사실상 중국의 대문 앞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도 핵 실험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양국은 전통적인 혈맹 관계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러한 관례를 깨며 이번 핵 실험을 막판까지 감춘 것은 중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공화국이 정의의 수소탄을 틀어쥔 것은 주권 국가의 합법적인 자위적 권리이며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 3차례의 핵 실험 당시 중국이 강하게 반대의 뜻을 표시하고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도 동참한 데 대한 불만이다. 나아가 핵 실험 후 예상되는 중국의 시비를 원천 봉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성명을 통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수소탄 시험은 주의 생태 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핵 실험이 중국의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통보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는 더 이상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만약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할 경우 중국은 분명히 각종 외교적 수단을 통해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후 중국의 제재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핵 실험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북핵 불용 방침에 대한 정면 도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취임 이후 북핵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더 이상 시 주석과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북한이 아예 사전통보조차 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전격 취소시킨 데 이어 중국에게 보란 듯이 핵 실험을 사전 통보 없이 강행할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중국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핵 실험을 강행함에 따라 북중 관계는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악화됐다 지난해 10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점차 개선돼 왔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르면 올해 상반기 김 제1위원장이 방중할 것이란 전망도 내 놨다. 그러나 이번 핵 실험으로 김 제1위원장의 방북은 물 건너 간 분위기다. 한 외교관은 “북중 관계는 상당 기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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