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여성 강은정(가명)씨는 공중화장실 가기가 겁난다. 혹시 설치되어 있을지 모를몰래카메라(몰카) 공포 때문이다. 강씨는 “외출하면 되도록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하고 가게 되더라도 꼭 주위를 한번씩 둘러본다”며 “음란사이트에 몰래찍은 사진이 올라가면 해외까지 삽시간에 퍼진다고 하니 늘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워터파크 탈의실 몰카 사건’ 이후로 몰카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몰카를 찾아내는 휴대용 기기를 가지고 다니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6일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몰카 탐지기 판매가 전년보다 560% 뛰었다. 전기충격기와 호신봉(184%), 도어경보기(22%) 등 호신용품도 평소보다 판매량이 늘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탓이다. 몰카 탐지 업체 서연시큐리티의 손해영 팀장은 “몰카 탐지 의뢰의 80%가 20대 초중반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여성이고 나머지가 가정주부”라며 “워터파크 사건 이후 의뢰가 4배 증가했고 실제 발견 확률도 5~10%에서 20%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 몰카 탐지기는 조작이 간편하고 평소에도 휴대하기 편한 소형 탐지기다. 지마켓에서 1만3,500원에 팔리는 한 제품은 반경 3m내에서 몰카를 찾아내면 빨간 불이 들어오고 경보음이 울린다. 몰카가 작동하면서 내는 전자파를 감지해내는 원리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제품으로 가볍고 열쇠고리가 있어 가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 판매 업체 관계자는 “크기가 작고 가격도 저렴해 일반인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며 “하루에 1~2개 팔리던 탐지기가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10배 넘게 팔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몰카 탐지기에도 한계가 있다. 시계나 안경에 달린 카메라처럼 움직이는 몰카는 탐지기로 잡아낼 수 없다. 우리나라와 주파수 대역이 다른 해외에서 들여온 몰카는 주파수 방식 탐지기로 잡히지 않는다. 몰카 자체도 나사 모양이나 옷걸이에 장착되는 등 날로 진화하고 있다. 손 팀장은 “공중 화장실의 경우 천장을 꼭 살펴봐야 한다”며 “석고보드를 조인 나사의 크기가 다르거나 환풍기, 깨진 틈새를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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