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거들이 신태용호의 올림픽 출전 전망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샤밥 클럽 경기장에서 끝난 UAE 올림픽 대표팀과 친선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한국의 득점은 모두 K리거들의 발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을 0-0으로 소득 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15분 진성욱(23ㆍ인천 유나이티드)이 페널티 지역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린 뒤 내준 패스를 이영재(22ㆍ울산 현대)가 왼발로 낮게 깔아 차 선제 골로 연결했다. 후반 43분에는 '해외파'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득점을 올리기까지는 권창훈(21ㆍ수원 삼성)의 공이 더 컸다. 권창훈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패스를 황희찬에게 건넸다. 그가 찔러준 패스는 수비수 2명과 골키퍼의 손을 교묘히 피해 황희찬에게 갔다. 황희찬은 노마크 찬스에서 손쉽게 골을 성공시켰다.
진성욱과 이영재, 권창훈은 UAE전서 1골 2도움을 합작하며 신태용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진성욱은 대표팀 데뷔전이라는 중압감에도 저돌적인 돌파와 정확한 패싱력을 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는 소속팀 인천에서 승부처마다 주로 투입될 만큼 주목 받는 기대주였다. 그러나 대표팀 승선은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이번에 신 감독의 눈에 띄어 꿈에 그리던 대표팀에 합류했다. 진성욱은 자신을 원톱으로 기용한 신 감독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선제골로 주도권을 가져온 이영재의 활약은 눈부셨다. 2014년 11월 중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 때 20세의 나이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날 더욱 성숙한 몸놀림을 과시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공을 골문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장훈고와 용인대를 졸업한 후 지난해 울산에 입단한 이영재는 데뷔 시즌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가능성을 보인 그는 이번 대표팀에서의 골로 화려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후반 16분 이영재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권창훈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나타냈다. 전반 내내 벤치에서 체력을 비축한 그는 교체 투입된 후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활동량을 보였다. 측면 돌파와 기회를 창출하는 패싱력은 역시 일품이었다. 울리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떠오른 권창훈은 신태용호에서도 주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이재성, 김승대 등과 K리거 유망주로 꼽히며 대표팀에 승선한 그는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K리거들의 대표팀 선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류승우(22ㆍ레버쿠젠) 등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대표팀의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신 감독에게는 다양한 전술 활용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신 감독은 UAE전에서 2차례 전술을 바꿨다. 경기 초반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그는 4-1-4-1 포메이션으로 대형을 바꿨고, 후반에는 대거 선수 교체를 단행하며 4-4-2 포메이션을 돌렸다. K리거들이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신 감독의 전술 시험도 다양해졌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전술 변화에 선수들이 잘 적응했다"며 "(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에서도 전술 점검에 나설 것이다. 평가전에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전력을 노출할 수 없다. 숨길 것은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진성욱-이영재-권창훈(왼쪽부터, 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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