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총기 판매업자의 구매자 신원확인 조사를 의무화하고, 연방 산하기구 주류ㆍ담배ㆍ화기단속국(ATF)에 온라인 무기 밀매감시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총기규제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10개 항목의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앞으로는 미국에서 박람회나 인터넷을 통해 총기를 판매하는 업자들도 무기 구입자들의 신원 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신원조사 의뢰건수가 폭증할 것에 대비, 연방수사국(FBI)에 230명의 관련 직원을 추가로 배치해 연중ㆍ24시간 무휴로 총기 구매관련 신원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총기를 취급할 수 없는 상태로 판명된 ‘정신 질환자’ 치료를 위해 5억달러 규모 연방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제조업체가 판매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분실된 총기에 대한 연방정부 신고도 의무화했다. 백악관은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 반대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전날 “총기 규제 행정명령은 수정헌법 2조와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법적 권리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총기 업자들이 의회를 인질로 삼고 있으나, 그들은 이 나라마저 인질로 삼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회를 우회하는 총기규제 행정명령이 총기 소지를 인정한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는 반대파들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7일 미 CNN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워싱턴 인근 조지메이슨대에서 열리는 ‘정책설명회’에도 직접 나설 예정이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이 알려지기 전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은 매우 위험한 수준의 입법권 침해이며,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그들이 당선되면, 행정명령을 당장 무효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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