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학은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ㆍ류근관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 최근호에 발표한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에서 80~90%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서울시 구(區)별 소득, 소득과 잠재력간 상관관계, 부모 잠재력과 자녀 잠재력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해 구별 학생들의 잠재력(‘진짜 인적자본’) 분포와 이에 따른 대학 입학 확률을 추정했다.
추정 결과 ‘진짜 인적자본’을 기준으로 예측했을 때 최대 합격률을 보인 강남구의 서울대 합격률은 0.84%로 최소 합격률을 보인 강북구 0.5%와 1.7배 차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제 2014년 입시에서 두 지역 일반고 출신 학생의 실제 서울대 합격률은 각각 2.07%와 0.11%로 20배가량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학생의 ‘진짜 인적자본’은 본인이 배움에 들인 노력과 잠재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대입의 평가지표로 여겨지는 수능성적이나 생활기록부, 스펙 등은 부모의 경제력에서 비롯된 ‘치장(사교육, 선행학습, 특수고 진학)’에 의해 증가할 수 있는 ‘겉보기 인적자본’에 해당된다. 이에 따라 현 입시제도에서는 학생이 이 같은 부모의 경제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치장’하더라도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연구진은 “타고난 잠재력 차이만으로는 소득 차이에 따른 구별 입학률을 설명할 수 없으며 합격률 차이의 80~90%는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으로 설명된다”며 “일부 계층, 학교, 지역에 서울대 합격자가 쏠리는 것은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된 것”라고 말했다.
앞서 두 교수는 서울 강남구 고등학생의 서울대 합격률(최초 합격자 기준)이 강북구의 21배, 서울지역 외국어고ㆍ과학고는 일반고의 15~65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2014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이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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