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유독 많이 발병해 ‘선진국병’으로 불린다. 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2000년대 들어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시ㆍ산업화 과정에서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이 덩달아 높아졌다가 산업화가 끝나면서 다시 낮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선진국처럼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 추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일본 알레르기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Allergology International)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2014년 6년 간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으로 치료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4년 기준 1,000명 당 알레르기 질환 발생 건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133.1건, 천식 36.3건, 아토피성 피부염 19건이었다. 이는 6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천식은 5.8%, 아토피성 피부염은 2.6%가 각각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줄어든 것은 우리나라도 도시ㆍ산업화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산업화 단계에서는 매연과 탁한 공기 등 알레르기 질환을 불러일으킬 요소들이 많았으나 산업화 완료로 이 같은 요소들이 줄어들면서 관련 질환 유병률이 떨어졌다는 풀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산업ㆍ도시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생활패턴과 위생이 급격히 변했고, 이로 인해 알레르기 질환도 꾸준히 증가했다"며 “그러나 2009년 이후 우리도 도시ㆍ산업화가 완료단계에 접어들면서 알레르기 질환이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의 감소세와 달리 알레르기 비염은 같은 3.2% 증가했다. 특히 10살 이하 어린이에서 8.2%가 늘었다. 10세 이상의 2.1%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강 교수는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을 처음 확인된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직 알레르기 비염이 계속 늘고 있고, 대기오염도 심각해지는 만큼 알레르기 질환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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