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일 선거 가능 연령을 18세로 낮출 경우 여당이 요구하는 쟁점 법안 처리를 검토할 수 있다고 공개 제안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구획정 문제와 관련한 최후통첩 성격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일축하며 선거구획정위원회 의결정족수를 여당에 유리하도록 변경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과의 협상 없이 현재 국면을 강행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野, “선거연령 하향ㆍ쟁점 법안 함께 처리하자”…與, “여지 없다” 일축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8세로 선거 가능 연령을 낮추는 선거개혁안과 쟁점 법안을 함께 처리하는 길이 마지막 길”이라고 제안했다. 기간제법ㆍ파견법을 제외한 노동 3법과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기업활력제고 특별법 등 여당이 요구하는 일부 쟁점법안과 야당이 원하는 선거제도 개편을 맞바꿔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 제안을 “전혀 여지가 없다”고 일축하며 선거구획정위 의결 정족수를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에서 과반으로 변경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9명으로 구성된 획정위는 여야 추천으로 선임된 위원이 4대 4 동수로 갈려 사실상 여야 합의 없이는 획정안 도출이 불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의결 정족수를 과반으로 바꿀 경우 여당 단독 처리도 가능해진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거구획정 위원장은 선관위 출신이어서 아무래도 여당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위원장을 포함하면 5대 4로 여당이 다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여당으로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이 필수적이다. 선거구 실종이란 위법 상태가 지속되는 비상사태인 만큼 국회의장도 직권 상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여당의 셈법이다. 정 의장 측도 선거구 획정위원 구성을 바꾸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253석 불가피… 선거구 무효 사태 장기화 전망
새누리당이 야당의 잇따른 양보안을 거부하고 선거구획정위 의결 방식자체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향후 전개될 세부 구획정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시한 지역구 246석 직권상정안이 무산되면서 지역구 의석을 253석으로 7석 늘리는 대안이 불가피해진 만큼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 253석안’의 경우 분구 대상 선거구는 36곳에서 45곳으로 9곳 느는 반면, 통폐합 대상 선거구는 25곳에서 21곳으로 준다. 영ㆍ호남은 각각 의석수 2석 감소로 변화가 없고 강원도 기존과 같이 1석 축소가 유력하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지역은 수도권이다. 246석안과 비교해 수도권의 의석 수 증가 규모가 5석에서 10석으로 크게 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구 내 경계조정이 가능한 고양을 제외한 수원, 용인, 화성, 광주, 군포, 김포, 남양주, 양주ㆍ동두천 등 중 어디를 분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자기 당의 위세가 강한 지역의 분구를 선호하기 때문에 분구 대상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선거구 실종 사태를 빌미로 선거구획정위 의결 방식을 유리하게 바꾸게 되면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도 엄청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선거구 실종 사태 장기화 속에서 ‘치킨 게임’을 벌이더라도 결국 유리해지는 것은 여당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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