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양념한 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 야키니쿠(?肉)는 한국의 불고기가 건너가 변형된 음식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1945년 해방 후 일본에 남은 한국인이 고기구이를 팔기 시작한 것이 야키니쿠의 시초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야키니쿠는 현지화해 지금은 일본의 특징적인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생고기를 불판에 구워먹는 한국식 고기구이는 일본에서 가루비(カルビ)라는 이름으로 수입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불고기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일본 간장이 들어오면서 불고기가 달아졌다는 이야기다. 1930년대 일본군에 납품할 간장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이 한국에 들어와 ‘왜간장’이 보급되면서부터다. 일제가 떠난 후에도 간장공장은 남아 결국 한국인의 입맛을 변화시켰다. 국물 많은 불고기도 고기를 육수에 넣어서 끓여먹는 일본의 스키야키(鋤燒)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불고기와 야키니쿠는 두 나라의 음식문화가 상호 침투한 여러 사례 중 하나다. 근대 이후 음식문화의 전파는 줄곧 있었고 각자 입맛에 맞게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 이를 조명한 전시 ‘밥상지교’가 서울 세종로 경복궁 옆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일본 오사카 국립민족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교환 전시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은 본격적으로 일본 음식의 영향을 받았다. 1910년대 공장제 조미료와 양념이 도입됐고 돈까스를 비롯한 서양식이 들어왔다. 당시 사람들은 앞선 음식문화로 여기며 빠르게 수용했다. 1960년대에는 정부가 혼분식을 장려하면서 밀가루 음식을 정책적으로 밀었는데 1958년 일본에서 개발한 즉석라면도 장려음식 중 하나였다.
최근 한국의 음식이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현상도 조명된다. 갈비를 비롯해 순두부 비빔밥 나물 등은 일본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어 발음 그대로 ‘순두부(スンドゥブ)ㆍ비빈바(ビビンバ)ㆍ나무루(ナムル)’로 쓰인다.
한국 망원동에 일본식 이자카야가 있듯이, 일본 요코하마에는 한국식 삼겹살집이 있다. 전시 마지막 순서는 두 곳을 입체 촬영해 재현한 3채널 영상이다. 두 나라의 정치적인 관계는 늘 부침을 겪지만 음식 문화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2월 29일까지. 매주 수ㆍ토ㆍ일요일 오후 3시에는 셰프들이 한국과 일본 음식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린다. (02)3704-3114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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